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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군

2021-11-22 (월)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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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군(軍)을 두는 유럽방위공동체(EDC) 창설 방안이 프랑스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공산 세력이 확산되자 관련 국가들은 서둘러 조약에 서명까지 했다. 하지만 프랑스가 비준에 실패하면서 유럽군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식민지 베트남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뒤 ‘자주 국방 강화’를 주장하는 드골주의가 프랑스에서 득세했기 때문이다. 이후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이 구상은 힘을 잃었다.

2015년 3월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다시 유럽군 창설에 불을 지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에 나서자 중·서유럽을 지켜줄 군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유럽의 방위비 부담을 압박하자 이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 대륙을 배제하고 영국·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오커스(AUKUS) 동맹을 발족시켰다. 소외감이 깊어진 EU가 드디어 독자 합동군 창설에 나섰다. EU 회원국 외교장관과 국방장관들이 15~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전략적 나침반’이라는 초안을 가지고 유럽군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 일단 2025년까지 약 5,000명 규모로 신속대응군을 만들어 분쟁 지역에 파견할 계획이다. EU가 석탄·철강 공동체로 출발해 정치·경제에 이어 안보 분야까지 통합해가려는 시도다. 프랑스가 주도하는 가운데 그동안 회의적이었던 독일이 호응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유럽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파트너인 미국의 반대, 미군 영구 주둔을 추진하는 폴란드의 부정적 입장, 회원국 국방비 증액 등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글로벌 패권 전쟁이 가열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이 팽창주의적 행태를 보이면서 국익 우선주의와 지역별 군사 블록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질서가 약육강식의 정글 시대로 복귀할 수도 있다. 불안하고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가 나라를 지키려면 자주 국방력과 한미 동맹 강화라는 쌍끌이 전략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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