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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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 국립묘지

2021-11-15 (월)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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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알링턴국립묘지를 찾아 6·25전쟁에 참전한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한미동맹’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였다.

워싱턴DC 포토맥강 건너편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18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최고 부자 중 하나였던 대니얼 파크 커스티스가 소유했던 농장이다. 아내에 이어 손자가 물려받았다가 1857년 유일한 자손인 메리 애나 커스티스 리가 상속하게 된다.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메리의 남편인 로버트 E 리 장군은 남부군을 지휘하기 위해 농장을 떠났고 알링턴은 북부군 차지가 됐다.

남북전쟁 초기에 연방 정부는 전사자들을 워싱턴DC 인근 공동묘지에 안장했다. 희생자가 속출하자 미 의회는 1862년 전사자 안장을 위한 부지를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이 업무를 맡았던 몽고메리 C 메이그스가 최적의 부지로 지목한 알링턴 농장이 국립묘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미 전역에 있는 138개의 국립묘지 중 국방부가 유일하게 직접 관리하는 알링턴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는 최우선 자격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군인들에게 주어진다. 이어 전직 대통령과 주지사, 대법관 및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민간인 순이다. 현재 40만여 명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무명용사 기념비다. 제1·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미국의 영광을 위해 헌신한, 오직 하느님만이 알고 있는 무명용사들 여기 잠들다”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무명용사 추모비가 건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9~10일 한시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추모비는 전몰장병을 끝까지 귀국·귀향시키는 미국의 강한 집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적진에 단 한 사람의 군인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전사자의 유해 발굴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6·25전쟁 후 북측에 남겨진 국군 포로 송환 요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천안함 침몰에 대한 갖가지 망언에도 귀를 닫고 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군인을 홀대하는 나라에서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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