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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에세이] 범죄자 팬클럽

2021-11-11 (목)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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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상담사 나오미 와이즈(26)는 지난달 미시건 맥콤 교도소에 수감중인 살인범 빅터 오켄도(30)와 결혼했다. 이들은 그동안 편지와 전화로 심리상담을 이어오다가 어느덧 연애로 발전, 결혼에 이르렀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상담 중엔 물론, 종료 후 2년 이내, 심리상담사와 내담자 간 합의된 성행위 포함, 모든 성적 접촉을 법으로 code 4982.26(k) 금지한다) 신부는 갈색 생머리에 날씬한 미인, 신랑은 목부터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인 갱 출신. 19세 때 3명을 살해, 27년 형기 중 11년 째 복역 중이다.

갱단에서 빅터의 별명은 ‘애니멀’. 그는 영국에서 건너온 신부 나오미를 ‘나의 사랑스런 나비’라고 부른다. ‘나비’에게는 ‘애니멀’이야말로 이 세상 최고의 매력남이다. 살인 전과는 별 문제가 아니다. 살인범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이 끌린다. “상담기간 동안 전화선으로 굵고 낮은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온몸이 떨렸어요. 그는 진정한 남성미를 지닌 나의 우상이죠.” 영국 미러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비’가 밝힌 내용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만 골라서 잔혹하게 살해한(확인 피해자만 30명, 총 50명 이상으로 추정)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도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팬레터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쟁 팬들을 물리치고 살인범과 결혼에 성공했던 캐럴 분은 번디의 무죄 방면을 호소하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 재산을 소비했고 훗날 딸도 낳았다. 캐럴 역시 법대생 출신 미남 살인범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희대의 살인마로 불린 사교집단 교주 찰스 맨슨 역시 80세 때 26세의 아리따운 일리노이 출신 앱튼 버튼과 옥중 약혼했다. 앱튼은 17세에 처음으로 TV를 통해 살인마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심장이 얼어붙는 듯 했다. 내가 찾던 바로 그 남자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 살인마는 수감 중, 앱튼 외에도 다른 여러 여성들로부터 지원금과 후원 선물 공세를 받았고 2017년, 83세로 철창 안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외로울 새가 없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범의 팬클럽이 결성됐다. 26세 범인은 훌쩍 큰 키에 짙은 눈썹과 잘생긴 외모 덕분에 수갑을 찬 모습에도 많은 여심을 흔들어, 그를 위해서라면 생명까지도 바치겠다는 팬들이 날마다 법정 주변에 진을 친다. 애리조나의 26세 여성 매리야는 30명의 소년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의 이름을 자신의 유방에 문신으로 새겨 넣었다. “피해자 가족에게는 유감이지만, 나는 살인범을 사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럽 출신 테러리스트나 잔혹한 연쇄살인범들을 향한 사연 역시 비슷하다. 이들을 흠모하는 여성들이 재판정에서라도 살인범의 실물을 한번 더 보려고 줄을 서는데 이런 범죄자 열광팬을 일컫는 용어가 바로 ‘프리즌 그루피’(Prison Groupie). 대부분 여성들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범죄자 성애증’(Hybristophilia)이라는 심리적 이상병리로 설명한다. 살인, 강간, 강도, 폭행범과 같은 위험한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 이들을 ‘강한 남자’로 바라보며 이런 남자 곁에 있을 때 자신이 안전하다고 여긴다. 아울러 자신만이 이들을 변화시키고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연쇄살인범들은 나르시즘, 사이코패스, 마키아벨리즘이라는 3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자기도취, 공감할 줄 모르는 반사회적 성격, 남을 조종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연쇄살인자와의 낭만적 사랑을 꿈꾸고 성적 접촉을 갈망하는 징후는 이성 간 일반적 욕망과는 다르다.

애고고…… 그러니 이를 어쩌나?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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