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에 참전해 전사한 미군 3만 6,593명의 이름을 새긴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가 완공되어 오늘(11일) 오후 1시 풀러튼 힐크레스트 공원 입구에서 제막식을 갖는다.
10여 년 전 당시 OC 한인회장(2010-11년)이었던 고 김진오 씨가 20여 만 달러의 종잣돈을 내놓고 시작할 당시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는 한국전 미군 전사자를 추모하는 이 기념비 건립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애당초 200여 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시작된 이 기념비 건립 사업에 대해 대다수의 타운 인사들은 그 많은 돈을 로컬에서 모금하기는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정부나 대기업에서 도와 주지 않으면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초창기였던 그 당시 타운에서의 모금은 신통치 않았다.
이에 고 김진오 씨는 한해 2-3차례 한국을 방문해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도네이션을 받기 위해서 유명 정치인들을 만나서 참전 기념비의 취지를 설명하는 등 활동을 펼쳤다. 불행히도 그는 지난 2016년 기금 모금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심장 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 이 기념비 건립은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의 숙원 사업이었던 새로운 한인회관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과 겹쳐지면서 3년 가량 소강 상태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모금해 놓은 29만 여달러를 회관 건립기금으로 이관하거나 기부자에게 되돌려 주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야 말로 유명 무실해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와중에 건립위원회의 회장을 맡은 노명수 씨와 박동우 사무총장(샤론 퀵 실바 가주하원의원 보좌관)이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냈다. 이들은 샤론 퀵 실바 가주하원의원 사무실 건너편에 위치한 힐크레스트 공원 입구에 기념비 규모를 축소(총 예산 70여 만달러로 책정)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 당시 위원들은 모금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본보에 이 기념비 사업 취지와 기부자에 대한 기사가 연락처와 함께 소개되면서 전혀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처음에는 주로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겠다는 연락이 오다가 LA 등 남가주 전역으로 천천히 번져 나갔다. 급기야는 미 동부를 비롯해 타주에서도 기부금이 들어왔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기념비 건립위원들도 적잖게 놀랐다. 이에 덧붙여 LA총영사관(총영사 박경재)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한국 정부 보훈처에서 23만 7,000달러를 지원하면서 모금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기부가 쇄도해 모금액이 건립 공사비를 현재 초과했다. 한인커뮤니티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1세들의 상당수는 어렸을 때 실제 한국 전쟁을 겪었거나 휴전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태어난 세대라서 희생 미군을 위한 기념비 건립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기부한 한인 약400명의 대부분은 한국전 희생 미군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한결같이 밝혔다. 한인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슴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었지만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참전 기념비 건립을 위한 기금 모금이 방법을 제시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미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한국전쟁이 끝난지 71년이 지났지만 이를 잊지 않고 은혜를 갚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참전 기념비 건립’ 프로젝트를 통해서 새삼 느낄 수 있게 했다.
한인커뮤니티의 미국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한인 1세들이 하나씩,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 참전비는 한국전쟁의 아픔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 남기는 보은의 선물이다.
이 참전 기념비가 당시 이름도 모르는 나라였던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젊은 미군 전사자들의 이름 한자 한자 되새기면서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이 미국인들에게 영원히 전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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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OC지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