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리비안
2021-11-08 (월)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지난 2018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미국 미시간 주의 한 스타트업 연구실을 전격 방문했다. 베조스가 찾은 곳은 창업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이었다. 베조스는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전기차의 기술력과 시제품 성능 등을 눈으로 확인했다. 아마존은 얼마 후 이 회사에 7억 달러를 선뜻 투자한 데 이어 10만 대의 상품 배송용 전기차를 주문했다. 이후 포드와 블랙록 등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랐다. 아마존은 현재까지 리비안의 지분 20%를 보유할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리비안은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엔지니어인 스카린지가 창업한 전기차 전문 업체다. 초기에는 스포츠카 제조를 목표로 했다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표권 침해 소송에 휘말려 창업 당시 회사명인 ‘아베라’를 리비안으로 바꾸게 됐다고 한다. 리비안은 스카린지가 어린 시절 노를 저으며 놀았던 석호인 플로리다 주의 ‘인디언 강(Indian River)’에서 모티브를 삼은 것이다.
이 회사는 2017년 1,600만 달러를 들여 일본 미쓰비시의 일리노이 공장을 인수해 본격적인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입한 비용만 7억6,600만 달러에 달한다. 반면 올 상반기 9억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올 9월 첫 번째 전기 픽업트럭인 ‘R1T’를 출시해 양산 능력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리비안 임원진이 한국을 찾아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과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리비안이 다음 주 나스닥 상장을 앞둔 가운데 기업가치가 최대 6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시가총액 약 380억 달러)와 혼다(530억 달러)를 단숨에 추월하고 포드(716억 달러)에 근접하게 된다. 각종 규제에 묶여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마저 어려움을 겪는 국내 스타트업에는 꿈같은 얘기다. 우리도 스타트업이 마음껏 도약할 수 있도록 신산업 족쇄를 풀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