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회 KAFA 미술상 수상작가 곽영준 개인전
▶ ‘클럽 호모 힐’… 오늘부터 19일까지 문화원서
‘Spartan Ruin’(2021)
‘Divine Ruin’(My Face, 2021)
‘My White Face’(2021)
‘Brown Rainbow Eclipse Explosion’(2017)
“이리 오세요… 말하지 않을게요”
곽영준은 글로리홀 틈으로 얼굴을 내밀고 클럽 호모 힐로 우리를 손짓한다. 양쪽으로 나있는 구멍은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웜홀이 되어 신뢰와 위험요소의 전달자가 된다.
동시에 우리가 서로를 보고, 보여질 수 있는 작은 구멍으로 작동한다. 반짝이는 ‘vaginis’에 박힌 반구형의 감시용 거울은 대조를 이룬다. 키스에 갇힌 두 여성의 실루엣과, 보살핌과 감시 모두의 어안렌즈, 즉 덧없는 환상 속에 살아있는 현실을 왜곡한다.
우리는 신체의 파편들 사이를 헤맨다. 임시적인 장벽-정액-글로리홀 표면에 걸쳐진 손, 튀어나온 발기조직을 부여잡는다. 재조합된 디스코볼은 변덕스럽고 굴절하는 빛을 내보내고, 우리는 그 빛이 공간에 공명하며 생긴 움직임의 환영을 부여잡는다.
클럽 호모 힐에는 미시감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터진 디스코볼이 분열되지 않은 사촌을 떠올리듯이, 서울의 호모 힐(이태원 유흥가의 게이 동네)과 선창-제창을 주고 받는다.
LA 한인타운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전위이며, 한 번 제거되고 재해석된 한국이다. 이러한 변화와 퀴어 유령에 귀신들린 텅빈 클럽은 이 유령들의 윤곽을 쫓아 그들의 구불진 길을 따라갈 수 있게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우리는 부재, 신체의 압박에 대한 갈망, 파멸과 창조의 춤 속에서 함께하고 흩어지는 광란의 희열에 의해 점유된 공간을 공유한다. 과거의 유령이라기보다, 이 유령들은 항상 무언가 되고 있는 상태의 세계를 전주하고, 감질나게 가까운 것처럼 보일지라도 현재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우리를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제17회 KAFA 미술상 수상작가 곽영준(37)씨의 개인전 ‘클럽 호모힐’(Club Homo Hill)이 5일부터 19일까지 LA한국문화원 2층 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곽영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가장 뜨거운 새로운 퀴어 유토피아 공간이다. 이주의 파열과 동경, 우리를 우리의 혈통으로부터 갈라놓는 고통, 그리고 가족과 국가의 우리 존재에 대한 불인정으로부터 탄생했다.
곽씨가 전시하는 ‘클럽 호모 힐’은 이것의 매개적, 복합적, 혼합적, 그리고 변형적인 성격을 포용하여 무수한 신체들이 전이되고, 쏟아지고, 부서지고, 합쳐지며, 탈바꿈하도록 돕는다.
KAFA(회장 노정란)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1989년 미술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1992년부터 4년 동안 매년 1명씩 당선자를 선정했으며 1996년 이후에는 2년에 한번 카파상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까지 1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수상자는 상금 1만5,000달러와 더불어 LA 한국문화원에서의 전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곽영준 작가는 “클럽 호모 힐은 문화의 분열을 아우를 수 있게, 그리고 불확정성의 공간에 거주할 수 있게 해주어 특정 제약들과 방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 새로운 신체와 새로운 정체성, 소속과 존재의 방식들을 물질화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다중성, 모순, 시간적 공간적 얽힘을 중심으로 하는 이론적인 집단성의 모임으로, 신체와 장소, 국가 개념을 통과하고 또 넘어서서 통제하거나 감시당할 수 없는 어떤 집단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곽영준 작가는 1984년 뉴욕 퀸즈 출생으로 시카고 인스티튜트 오브 아츠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USC 미술 석사와 시카고대학 인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퀴어, 트랜스, 여성, 유색인종 예술가 및 퍼포머 커뮤니티와 협업하여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여는 방랑 뷰티 살롱이자 플랫폼인 ‘뮤턴트 살롱’의 설립자이며 전자-춤-소음 밴드 ‘지나 주머’(Xina Xurner)의 리드 퍼포머이다.
KAFA 수상작가 곽영준 전시 개막식은 5일 오후 6시30분 LA 한국문화원 아트갤러리(5505 Wilshire Blvd.)에서 열리며 전시는 19일까지 계속된다.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통해 관람시간별 입장 인원 제한이 적용된다. 문의 (323)936-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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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사진 Paul Salveso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