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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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내가 만난 고마운 분들

2021-11-04 (목)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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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어느 지인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세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왔다. 그런데 그분의 도움이 아닌 뜻밖의 어느 할머니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40대에 세 자녀들을 데리고 이민 오셨다가 남편분이 일찍 돌아가셔서 혼자 자녀분들을 키우며 살아오신 분이다. 그분의 도움으로 이곳에 온 지 4일만에 아이들과 살게 될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아이들 학교 등록에 관한 일까지 선뜻 도와주신 그분께 지금도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우리는 좀더 나은 학교로 옮기기 위해 다시 이사를 해야만 했다. 6개월 후 교회에서 인사만 드렸던 어느 부부가 나에게 선뜻 도움을 주셨다. 집 계약시에 가족도 하기 어려운 보증도 해 주셨다. 집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증명 서류를 갖추지 못한 나에게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 난 아직도 그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분은 고등학교, 대학교 17년 선배님이시다. 집에 전화가 있어도 전화 오는데가 없어 어느 날은 전화기가 고장인가 싶어 수화기를 들어볼 정도였던 그 시절에 그 선배님은 일주일에 몇 번씩 안부전화를 주셨다. “애들이랑 별일 없어요? 잘 지내요?” 그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되었던 때였었다. 나는 여전히 그 선배님께도 감사한 마음으로 지낸다.


또 다른 분은 아이들을 기다리다 만난 언니같은 친구다. 그 친구는 시댁도 이곳에 있고 나보다 먼저 이곳에 와서 살아본 경험도 있었던 친구다. 그런 친구가 아무도 없는 이곳에 오게 된 내 얘기를 들은 후부터는 만나고 헤어지고 나면 “집에 잘 들어갔어? 애들이랑 별일 없지? 조심히 다녀”라며 따뜻한 안부를 물어주고 언니처럼 나를 챙겼다. 그러나 그 친구가 딱 1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떠나던 날 배웅하러 갔다가 서운한 마음에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후 한국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연락하며 지내는 좋은 인연이다.

그리고 우리 아들의 영주권 진행에 보증을 선뜻 서 주신 학교 7년 선배님이 계시다. 영주권이 뭔지도 모르고 이곳에 온 나에게 큰 숙제로 남아있던 아들의 영주권 진행에 도움이 되어주셨던 고마운 선배님! 덕분에 아들은 오랜 시간 기다렸던 영주권 신청 인터뷰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이렇듯 고마운 분들, 좋은 분들을 이곳에서 많이 만났다. 내 어려움을 같이 공감해주고 이해해준 그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나는 이겨내며 살 수 있었다.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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