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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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 갯츠킬 산맥은 초기 이민자들의 마음의 고향

2021-10-28 (목)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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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아 있으면서 출퇴근도 자동차에만 의존하고 살아온 탓으로 제대로 건강관리가 안되었다. 현직에서 은퇴하고 뉴욕에 오자마자 개인사로 심한 충격에 빠져 있을 때에 팀에 끼어서 산행에 참가해 보기로 하였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힐링도 겸해서 말이다.

작년 여름 처음에 오른 산이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다 잘 아는 캣츠킬 산맥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산맥의 중간쯤 오르다가 초행길인데다가 양쪽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자 결국 정상 8부 능선쯤에서 되돌아와야 했다.

이제 산행을 포기할 까도 생각했지만, 그 다음에 조금 난이도가 낮은 캣츠킬과 베어마운틴 자락에 펼쳐진 주립 공원들로 재도전을 하였다. 이렇게 1년 이상 지내다보니 60여회 이상을 걷게 되었다.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걷던 때와 달리 여유가 생겨서 이제 숲속의 좌우 양옆도 살피게 되니 자연의 경이로움의 극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 명산인 캣츠킬을 오르는 도중에 대학시절에 배웠던 미국 문학이 생각났다. 독립 초기 낭만주의 문학을 꽃피웠던 작가 워싱톤 어빙(Washing ton Irving 1783-1859)은 독립전쟁 당시 영국의 대문호 월터 스콧(Walter Scott)을 방문한 후에 로맨스와 전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빙이 제프리 크레이온(Jeoffrey Crayon)이라는 가명으로 낸 '스케치북, The Sketch Book, 1819 '에 ' 립 반 윙클](Rip Van Winkle) '과 ' 슬리피 할로의 전설](The Legend of Sleepy Hollow) '을 수록하였다.

'립 반 윙클'은 미국의 영국 식민지 때의 이야기로 뉴욕 근교에 '립'은 선량하면서도 게으른 공처가로 사는데, 어느 날 그 무서운 아내를 피해 개와 함께 캣츠킬에 올라가다가 키가 작은 옛 네덜란드 선원 복장을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가 볼링과 비슷한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구경을 하면서 옆에 술은 마시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개도 사라지고 녹슨 총만이 놓여 있었다. 무서운 아내의 추궁을 두려워하면서 마을에 내려오니 하룻밤이 아니라 20년 동안이나 잠을 잤고, 그 동안 미국은 독립을 했으며, 아내는 죽은 훨씬 뒤였다. 립처럼 남성들이 이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어려운 이민 초기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로 립은 전형적인 남성으로 묘사되었다.

어빙은 ' 스케치북 '에서 뉴욕 북부 허드슨 강을 따라 펼쳐진 캣츠킬 산맥을 우화적이고 마술적인 공간으로 다루었는데, 독일의 민간설화의 자료에서 착상을 얻었다고 한다. 어빙이 상상한 캣츠킬 산맥의 '역사'를 신세계와 관련된 상상력으로 승화시켰으며, 미국인들에게는 진짜 전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민간설화가 되었다.

이 작품은 자연을 배경으로 미국인이 쓴 낭만주의 문학작품의 한 원형으로 평가되었다. 이어 이 작품은 연극으로 각색 되고 구전 전통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우리가 어릴 때에 세계명작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본 기억이 났던 현장을 걷게 된 셈이 되었다.

뉴욕의 자랑인 허드슨 강을 따라 펼쳐지는 베어마운틴 자락과 캣츠킬은 이런 문학 작품뿐아니라, 많은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뉴욕시민을 위한 상수도가 시작되는 수원지로서 미네랄 함량과 산성도 좋아서 물 맛도 좋고 피자나 베이글 반죽에 적격이라는 소문이다.

그래서 뉴욕 피자와 베이글 맛, 치즈케이크가 최고인가 보다. 영화 '나홀로 집 2'에서 주인공이 플라자 호텔 특실에 묵고 호화 리무진을 타면서 식사로 주문한 것이 뉴욕 스타일의 치즈피자란다.

캣츠킬 산맥의 주위는 4계절이 다 아름답지만 이쯤에 단풍은 요원의 불길과 같아서 말로 형언 할 수도 없고,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 제공한 우주 삼라만상의 주관자에 대하여 경외와 감탄과 감사할 뿐이다.

이제 여유롭게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시간을 초월하여 200년전 미국 이민자들의 정서를 음미하면서 원작가들과 대화할 수 있는 행운,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힐링까지 얻었으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의 럭키가이(lucky Guy)로서 좋고 여기에 산행의 묘미가 있어서 좋다.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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