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누구나 거쳐야할 보편적인 인생의 단계가 있는 것일까?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던 내가 마음이 180도 변하여 결혼하고 살면서 이런 질문을 다시 해보게 된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집 장만이라고 하는데, 미국에 있다보니 신혼집으로 살 곳을 마련하는데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결혼 전 아내와 봐두었던 마음에 드는 아파트에 임대계약을 맺고, 결혼 후 지난 1년 간 재택을 하면서 매우 즐겁게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또래들 또한 많은데, 아이들까지 생기는 가정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전에 집을 장만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 도시마다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집값이 평균적으로 15% 이상 올랐다고 하니 워싱턴 DC 같이 큰 도시들에서는 체감 집값은 더욱 오른 것 같다.
물론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금리가 내리면서 모기지 이자율이 낮아졌기 때문에 사람들의 소득은 동일해도 구매력이 올라서 더 비싼 집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진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집을 사고 싶은 수요가 팔려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올 상반기부터 주말에 틈틈이 오픈하우스를 다니면서 매물로 나오는 집들을 보고 있는데, 정말 마음에 맞는 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뿐 아니라 집을 사려는 다른 친구들 그리고 집을 구매한 사람들도 딱 본인이 원하는 곳은 아니지만 렌트 내는 것이 아까워서 집을 샀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차에 의지한 삶은 싫어 교외지역은 배제하고 여러 동네의 집들을 보는데, 우리가 원하는 동네의 다세대 주택(콘도) 들은 대부분 낡았고, 기존 집을 4-5개 유닛 콘도로 새롭게 리모델링한 집들은 공용공간이 없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고, 결국에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돌아오면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렌트 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소유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매번 든다.
부동산 중개사가 렌트를 내고 사는 건 남의 모기지를 내주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데 도시와 부의 불균등한 분배에 대해 공부한 내가 듣기에는 매우 씁쓸한 말로 다가온다. 실제로 도시가 유지되는데 비용을 지불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집 소유권의 의해 세입자는 집에 대한 이용료로 돈이 지출되고, 소유주는 재산이 쌓이는 이 구조, 당연한 것인데 불편한 마음이 계속 든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중산층을 포함한 대부분 일반인 자산의 90% 이상은 집에 있다고 하는데, 자가 주택 소유 여부가 부 축적과 큰 영향이 있다는 것은 통계적인 사실이기에 주택소유에 참여를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부를 쌓기 힘든 길로 간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나도 틈틈이 부동산 중개 앱을 열어보면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아파트나 동네 단위 더 나아가 도시에 축적되는 부가 소유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절하게 공유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계속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가 이미 안정되었고, 이러한 삶의 방식이 확립되어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도 생각해 보고 나눠보고 싶은 대화 주제이다.
남의 모기지를 내주는 것도 아니고, 남의 렌트로 모기지를 내는 것도 아닌 제3의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런데 일단 내 집 모기지를 먼저 내기 시작하는 게 순서인 것 같기는 하다. 이런 게 진짜 어른이 되고 인생의 한 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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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