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만파식적] 상하이협력기구

2021-09-16 (목)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크게 작게
2005년 7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 모인 상하이협력기구(SCO·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6개 회원국 정상들이 미국을 겨냥한 두 개의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정권 교체에 외세 개입을 반대하고 이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을 조기 철수하라는 것이었다. SCO가 미군 철수 등 정치적 주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이례적 성명을 두고 언론들은 “SCO가 사실상 반미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군은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아프가니스탄 외에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에 공군 기지를 두고 있었다.

SCO의 전신은 1996년 4월 상하이에서 러시아·중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5개국이 결성한 ‘상하이 파이브(5)’다. 2001년 우즈베키스탄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하고 공식 출범했다. 현재 회원국은 2015년에 가입한 파키스탄과 인도를 포함해 8개국이다. 이란·벨라루스·아프가니스탄·몽골 등 4개국은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설립 당시 SCO의 목적은 접경 지역의 국경선 획정 등 역내 안정과 군비 축소였다. 하지만 정상 간 만남이 거듭되면서 군사·안보·정치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집단 안보 협력 기구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 기구 창설을 주도한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서방 견제와 중앙아시아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SCO에 대해 냉전의 한 축이었던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현대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CO 회원국에서 동원된 병력 4,000여 명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이 오는 25일까지 러시아에서 진행된다. 명목은 대(對)테러 작전이지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생긴 힘의 공백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이라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4일 백악관에서 ‘쿼드’로 불리는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회의체 정상들과 첫 대면 정상회의를 갖는다. 여러 갈래의 안보·경제 동맹들이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서 국익과 안보를 지키려면 가치 동맹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자주국방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