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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사자처럼 일하는 삶

2021-09-15 (수)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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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처럼 일하지 말고 사자처럼 일하라(Work like a lion, not like a cow).”

투자자이자 앤젤리스트(AngelList)의 공동창립자인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의 말이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지 말고, 사자처럼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하라고 조언했다. 그의 조언은 주 5일제, 나인투식스(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일하는 데 익숙한 현대사회 사람들에게 의문점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사자처럼 일할 수 있을까.

주 5일 근무 제도는 지난 1926년 미국의 포드 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기계를 강제로 꺼버리면서 노동자들에게 복지혜택을 부여한 것을 계기로 전 미국 기업에 전파됐다. 그 전만 해도 주 6일 혹은 일주일 내내 출근해 일했던 근로자들이 대다수였다. 당시 5일 근무제는 파격적인 변화였다.


이후 주 5일제는 약 1세기 동안 유지돼 왔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주 5일 일하고, 주말 이틀 동안 쉬는 삶의 양식에 익숙하다. 그뿐인가. 야근하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7일 중 5일이나 일을 하고 단 2일만 쉴 수 있다는 사실은 비율적인 측면에서 시소가 한쪽으로 기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과 휴식이 4대 3의 비율로 나뉘어 있는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모른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대폭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염원하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의 나라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진취적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고, 스페인, 덴마크 등도 ‘주 4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재정 지원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국가가 ‘주 4일제’ 근무 방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지난 2018년 8월 한 달간 직원 2,300여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실험을 시행했다. 실험이 끝나고 회사 측은 한 주에 일하는 시간이 20%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1인당 노동 생산성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한국 못지 않게 열심히 소처럼 일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여서 해당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기업들은 주 4일만 일하고도 동일한 또는 그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미국에서도 ‘주 4일제’ 근무 방식은 테크놀로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인사관리협회(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가 지난 2019년 2,763명의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 전역의 32% 고용주들이 ‘주 4일제(주 40시간 근무)’를 시행하고 있었다. 고용주 중 15%는 ‘주 4일제(주 32시간 이하 근무)’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 4일제’가 본격화 되면 한 세기 동안 유지돼 온 노동 문화가 깨지게 돼 커다란 혼란도 예상된다. 일부 기업들은 ‘주 4일제’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무 일정이 빡빡해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과 인사제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근로자들은 ‘주 4일제’를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월급 삭감에 대한 우려가 컸다. 자칫하다간 임금은 줄고 업무량이 느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설사 임금이 줄지 않는다 해도 초과 근무로 인해 부족한 임금을 충당하던 근로자들은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초과근무 또한 사라져 임금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의 실험처럼 월급을 기존과 같이 유지해주고, 회사가 적극적으로 주 4일제를 지원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주 4일제 시행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밖에 없다.

‘주 4일제’가 가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근로시간 감축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기술 발전은 필연적으로 업무 방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주 4일제’를 단지 업무 시간 단축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보지 말고, 효율적으로 ‘사자처럼’ 일하는 방식을 강구한다는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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