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민디
2021-09-13 (월)
김희원(시조시인)
“엄마, 아는 언니가 멀티즈 데려다 키울 사람 찾고 있는데 우리가 데려올까?” “잘 됐다 요키가 혼자 있어서 외로운데 얼른 데려와.” 처음 요키를 입양한다고 했을 때 극구 반대하던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멀티즈 입양을 환영했다. 남편은 요키를 키우며 강아지가 주는 기쁨을 알게 되어 어느새 동물 애호가가 되어 있었다. 개미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았고 하다못해 집안에 들어왔다 쥐덫 끈끈이에 걸린 생쥐조차도 일일이 몸을 떼어내어 살려 보낼 정도였다. 요키 하나도 버거워하던 참이라 선뜻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남편의 ok가 먼저 떨어진 것이다. 새로 데려온 멀티즈의 이름은 민디다. 민디는 우리집에 오기 전에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성격이 다혈질이고 지나치게 사람을 따라서 성가시게 한다. 사자만한 개를 만나도 덤벼들어 짖어대는 바람에 강아지 산책시키기도 쉽지 않다. 이쁘다고 해주면 종일 발등을 핥아대며 따라다닌다.
“민디를 며칠 데려가도 좋을까요? 어찌나 나를 따르던지 민디가 가고 나니 눈에 아른거려요.” 두 달간 머물렀던 딸이 귀국할 때 함께 한국에 가기로 했다. 집을 비우게 되니 강아지 맡길 곳이 필요했다. 손자들이 아직 어린 아기들이라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민디는 아들네에 있을 수가 없었다. 소극적인 요키만 아들이 돌보기로 하고 민디는 딸의 친구가 맡아주기로 했다. 민디는 그 집에서 식구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며 삼 개월 동안 잘 지내다 왔다. 특히 그 집 아버지가 민디를 이뻐하셨다더니 데려오고 나서도 보러 오셔서 민디의 슬립오버까지 요청하셨다. “네, 그렇게 하세요. 삼 개월 동안이나 맡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민디가 없으니 집안이 산사 같다. 방충망을 물어뜯고 끊임없이 말썽을 피워도 역시 왕왕 짖어대는 민디가 있어야 사람 사는 집 같다. 민디는 일주일 만에 돌아왔는데, 바깥의 작은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짖어대며 제 할 일을 다한다. 덕분에 무섭지도 않고 마음이 편해졌다. “민디야, 친구랑 잘 놀다 왔어?” 눈을 마주보며 말을 걸자 내 온몸을 목욕이라도 시킬 기세로 연신 핥아댄다. 간사하게도 이제는 이런 애정 표현도 싫지 않다. 처져 있는 내게 활력을 주고 마음의 안정을 도와주는 민디가 곁에 있어 다행이다. 민디를 입양하길 잘한 것 같다.
<김희원(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