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산불로 신음을 내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달 9일 발표한 3,000페이지 가량의 보고서에서 기후위기가 ‘비상사태’임을 공식 선포하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더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앞으로 폭염, 홍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며 더욱 막강한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해 ‘의심할 여지없이 인간의 활동 즉 화석연료의 남용으로 일어난 현상이 명확하다’라고 쐐기를 박았고,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온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이를 막기 위해 지금부터 총력을 기울여도 앞으로 30년간은 극단적인 기후재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산불로 악명 높은 캘리포니아주의 연쇄적인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북가주 뷰트 카운티에서 지난 7월14일 발화한 딕시 산불은 9월6일 기준 약 두 달 동안 91만4,655에이커를 소실시키고 진화율은 58%에 머물러있으며 역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전소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LA시의 3배 가량되는 면적으로 최소 1,282여채 건물을 파괴시키고, 소방관 및 주민들이 부상을 입는 인명 피해를 낳기도 했다. 또 엘도라도 카운티서 시작돼 사우스 레이크 타호를 위협하고 있는 칼도르 산불 또한 현재진행중으로 지난달 14일 발화해 22일여간 21만6,358에이커를 전소시켰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예측불허한 강풍의 변덕이 미 전역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형산불을 초래, 확산시키고 있다. 미래의 전망이 암울하지만. 이같은 비상사태에 개인과 가정은 환경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하며 정부와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올바른 대처에 나서야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피부에 와닿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귀중한 재산인 소를 잃고 난 주인이 뒤늦게 허술한 외양간을 수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도 도망간 소는 돌아오지 않는다. 인류의 터전인 지구는 아주 오랜 기간 신음하고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탐심으로 편리함만 추구한 결과는 부메랑 처럼 우리에게 돌아왔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일 지난 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에서 락다운(봉쇄) 조치가 이어지며 대기질이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료 연소시 배출되는 유해 질소 농도가 2015~2019년 대비 전반적으로 70%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는 어쩌면 인간의 욕심으로 질식에 임박했던 지구가 살기위해 쳤던 최후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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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