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유례없이 1년이나 연기되어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 참가선수는 아니었지만 ‘지구와 사람을 위해’라는 슬로건을 가장 잘 드러낸 사람은 미국 대통령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아닌가 한다. 기후위기에 맞는 그녀의 재활용 패션은 금메달감이었다. 미국 정부 대표로 올림픽을 방문한 4일 동안 바이든 여사는 단 한 벌의 새 옷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옷장에 있던 옷을 재활용했다고 한다.
기후위기는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게 한다. 이제는 우리의 옷차림과 의복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옷차림은 입는 이의 개성을 살려주고, 입는 사람의 품격을 밖으로 알리는 표현이다. 개인적 취향을 반영하는 옷차림을 누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옷차림은 지구를 배려하고 살리는 친환경 패션으로 바꾸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옷을 만드는 섬유산업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세계의 섬유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23억톤으로(2018년) 지구촌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며, 폐수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이는 모두 의류 원재료의 생산, 방적, 방직, 표백, 염색, 가공, 운송 등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요즘 최대한 새 옷 구매를 안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새 옷 구매가 줄어들면 의류회사도 생산량을 줄이게 되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새 옷만이 나의 품격이나 개성을 잘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옷장에 있던 오래된 옷을 다시 꺼내 멋과 맵시를 살려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안 입는 옷을 재활용 매장에 기증하고, 재활용 매장에서 옷을 사서 멋을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활용 패션은 옷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탈의 여유와 되살림의 멋을 안겨주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정말 멀리해야 할 옷차림을 든다면 ‘패스트 패션’이다. 값싸게 만들어 유행에 맞춰 한 번 혹은 한 철 입고 버린다는 전제로 생산된다. 이런 옷은 소비를 부채질하고, 유행이 지나면 곧바로 버려지고, 소각될 때 각종 유해물질을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
옷과 함께 정들어가고 나이 들어가는 슬로우 패션이 자연스럽고 지구에 덜 부담을 준다. ‘오늘 산 옷, 내일의 태풍을 만든다’는 어느 글의 제목처럼, 이제 우리가 입는 옷은 더 이상 나만의 옷이 아니다.
이제는 올림픽 같은 지구적 행사는 물론 개인의 일상적 삶에도, 그리고 나만의 패션에도 인류의 후손과 자연의 동식물의 미래 곧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진지한 고려와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입던 옷을 되살린 옷맵시로 개성을 살리는 베스트드레서와 지구를 살리는 에코 드레서(Eco dresser)가 되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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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