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몰락은 사실상 담뱃값 인상 때부터 시작됐다.”
한국 정치 및 경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진술이다. 2015년 국민의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명목으로 박근혜 정부는 담배 가격을 기존 2,500원에서 4,500원까지 인상을 단행했지만 여론 악화의 빌미가 됐다.
서민증세 논란에 휩싸이면서 거센 조세저항으로 박근혜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 것이 결국 국정농단으로 이어지면서 탄핵이라는 한국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는 게 담뱃값 인상으로 박근혜 정부가 몰락했다는 진술의 논리적 근거다.
2015년 한국의 담뱃값 인상을 끄집어 들게 된 계기가 된 사례가 최근 미국 경제계에서 발생했다. 바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직원에게 건강보험료를 추가 부담시키겠다는 델타항공이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5일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직원에 대해 매주 코로나19 검사와 함께 오는 11월부터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은 매월 200달러씩 추가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직원에 대해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 조치는 일면 논리적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직원이 입원하면 1인당 5만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 데 코로나19 감염자 대부분이 백신 미접종자들인 만큼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회사의 비용 부담을 나눠져야 한다는 게 델타항공의 취지다.
델타항공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직원에게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을 준 배경에는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아플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건강보험료를 더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도, 암 징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건강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당뇨를 앓고 있거나 심장병을 갖고 있는 것도 서러운데 앞으로 높은 병원 비용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순전히 경제적 자본 논리에 따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질병에 걸릴 수 있는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가 병을 앓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게 인간의 운명적 한계이기도 하다. 벗어날 수 없는 이 운명이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이라는 경제 논리의 근거가 되면 그것은 차별이자 배제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차별과 배제 논란은 소위 ‘백신 여권’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주어지는 백신 여권은 항공 여행과 입국 허용, 식당 및 실내 영업자 출입 허용 등의 상대적 특혜 부여가 차별이라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여권 도입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이동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 입장을 밝혀 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최소 20~30%의 미접종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와 일상을 함께 해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는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해야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미접종자라 하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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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