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프간 사태를 보니 1979년 11월 4일 테헤란에서 벌어진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이 생각난다. 이전의 팔레비 정권은 1979년 호메이니 주도 급진혁명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미 대사관 인질사건은 이란내 급진파 이슬람 혁명 당시 팔레비 이란 국왕을 지원하던 미국에 대한 분노가 격화되던 상황에서 벌어졌다. 약 3,000명의 시위자들이 테헤란에서 시위 도중 미 대사관을 침입한 것이다.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이란의 대학생들에 의해 점령된 테헤란주재 미 대사관 건물 지하 창문의 체인을 자르고 빗장을 제거한 후 침입이 가능해졌다. 미 대사관 직원들은 444일간 인질 상태였고, 게다가 당시 카터 대통령의 인질 구출 작전이 실패한 뒤 그해 11월 미 대선에서 그는 재선에 실패하고 말았다.
미 정부와 이란 정부 간의 협상을 통해 52명의 미국 인질은 결국 석방되었지만, 미국의 인질 구조 실패로 미국은 체면과 자존심을 구기게 되었다. 뒷 이야기지만 얼마 전까지 상당기간 이란의 대통령직에 있었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가 실은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의 주동자라는 소문도 많았다.
그는 결국 오바마 대통령과 이란 핵협상 빅딜을 성공시켜 미국과 이란간 외교관계 정상화를 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래저래 미국은 중동 정책에서는 계속 끌려 다니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도 2007년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으로 단기 선교를 간 분당 샘물교회 신자 23명이 탈레반에게 납치되는 사건을 경험했다. 한국인 기독청년 20명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기획했던 대규모 행사를 치루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카불로 이동하던 중 탈레반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된 것이다. 21명은 42일 만인 8월 30일 모두 석방되었다. 물론 뒷돈이나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을 것이라 짐작된다.
지난주 탈레반의 아프간 정부 접수 뉴스가 공식화된 이후에 이슬람교도들이 229명의 기독교 선교사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소식이 카톡을 통해 들어왔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긴급 중보기도 요청) ○○○목사님 주심 오늘 슬프게도 이 끔찍한 소식을 지금 막 확인했습니다. 당신은 뉴스에서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슬픔인가! 내일 오후 아프간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은 기독교 선교사 229명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기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빨리 이 메시지를 전달해 주십시오. 이 메시지는 아프리카에 있는 치와와 출신의 선교사인 유디스 카 모나(JUDITH CARMONA)가 보냈습니다.
다행히도 이 문자는 가짜 뉴스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229명의 선교사들이 처형됐다는 소식은 이미 2018년에도 나왔던 것과 문자 그대로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뉴스는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가 16일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릴리스 인터내셔널'(Release International)의 발표를 인용해 “미군과 나토군이 철수한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탈레반의 공격이 급증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제정치 활약상을 보면 실로 눈부시다. 30년 전의 지미 카터가 그대로 오버랩 되니 말이다.
탈레반 이슬람 교리에서 기독교로의 개종은 사형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기독교인들은 1만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과연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와 인질극이 벌어질지... 당시 카터 대통령의 인질 구출 작전이 실패하고 난 뒤 민주당은 톡톡히 정치적인 대가를 치렀다.
내년 중간선거도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대체적으로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었다. 과연 바이든 대통령은 무사히 중간선거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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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