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가 따로 없네.’ LA통합교육구(LAUSD) 개학 첫날, 아이와 함께 학교 앞에 도착하자 마자 처음 든 생각이었다. 학교 앞에는 수백명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 상황은 뭐지, 당황스러웠다. 등교를 하는 건지,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대기행렬 꼬리에 자리를 잡고, 땡볕 아래서 꼼짝없이 1시간을 버티고 나서야 아이는 등교할 수 있었다.
미 전역에서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학교시스템인 LAUSD가 지난 16일 1년 반 만에 굳게 닫혀있던 학교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려 5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할 수 없었던 LAUSD는 LA시 1,000여개의 학교에 재학 중인 약 60만명의 학생들을 다시 학교 캠퍼스로 돌아오게 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문제는 코로나19 시기에 알맞은 학교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채 개학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LAUSD는 코로나19 속 학생 및 교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을 통한 ‘데일리 패스(Daily Pass)’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해당 프로그램은 등교 첫날부터 과부하가 걸려 등교 대란의 주원인이 됐다.
학생들의 일일 건강을 체크하는 ‘데일리 패스’ 프로그램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확인, 100도 이하 체온, 감기 증상 없음 등의 사실을 학부모가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하면, 당일 QR코드를 발급해준다. 학생들은 학교 출입 시 QR코드를 현장에서 스캔해야 한다. 그런데 사용자가 한 번에 몰리면서 웹사이트가 다운되고, 이 과정에서 QR코드 발급이 지연돼 학생들의 등교 시간이 1~2시간이 소요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각 학교별로 등교 시간이 늦어지자 수업 시작 시간도 지연됐고, 개학 첫날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하교 시간에도 학교 정문 앞에 수많은 학부모들이 몰려 자녀를 찾는 데만 수십 분이 걸렸다. SNS에서는 수많은 학부모들이 LAUSD의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그날 밤 학교 측으로부터 이메일 한통이 왔다. 개학 첫날의 과오를 인정하며, 둘째 날부터는 등하교 시간을 학년 별로 다르게 조정해 동시간 비정상적으로 학부모가 몰리는 일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진작에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들었지만, LAUSD도 코로나19 시국에 학교 운영은 처음이다 보니 미흡할 수 밖에 없다는 이해가 갔다.
그리하여 둘째날의 아이 등교는 10분 만에 끝이 났다. 마스크를 쓴 채로 학교에 입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져 씁쓸했다.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들의 삶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랜 시간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아이들이 학교라는 터전 안에서 집에서는 배울 수 없던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배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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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