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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에세이] 심리치료는 왜 중요한가?

2021-08-13 (금)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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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지, 내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가끔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삶의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할 때는 더하다.

“누구 말을 믿을지 모르겠네요.” 환자들에게서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마음고통이 심해 친구에게 호소했더니 “의지가 약해서 그래. 시간이 가면 없어질 테니 밥 잘 먹고 운동이나 열심히 해.” 성직자를 찾았더니 “신앙이 부족하면 그래요. 예배 열심히 참석하고 기도 많이 하세요.” 심리상담 치료자는 “지금 먹는 약 중단하고 몇 개월 상담 받으면 해결됩니다.” 정신과의사는 “다른 약으로 바꾸어야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점쟁이는 “사주팔자가 험하니 부적을 몸에 지니면 낫습니다.” 환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은 한 가지 요인이 아닌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과 상황에 의해 발생한다. 원인이 간단치 않으니 치유 또한 각양각색이다. 이때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 하면 효과가 좋다는 임상적 통계자료들이 많이 나와 있다.


약물치료의 장점은 단시간에 증세의 호전을 볼 수 있다는 것. 단점은 약물의 부작용, 의존과 남용의 위험성,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증상에 너무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근본적 뿌리를 찾아 해결하기엔 부적절하다. 주로 대화로 하는 정신치료의 장점은 환자 스스로 내면의 문제점을 파악한 후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타인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성장을 돕는 것. 단점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치료효과도 별로다.

원시인들은 자연 속의 모든 사물에 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혼이 잘못되어 악마가 되면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는 미신을 믿었다. 또한 신의 존재를 믿어서 신의 대리인 무당의 주술을 통해 악마를 쫓는 민속의식(한국에서는 굿) 등이 당시 치료방법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인체의 검은 담즙이 정신과 몸을 해친다는 의학적 사고를 했다. 치료도 주술이 아닌 좋은 음식섭취로 대체했다. 중세 천년 동안은 정신병이 신의 저주와 벌 때문이라는 종교적 믿음으로 인해 의학적 사고가 후퇴한다. 당시 치료를 맡았던 성직자들은 귀신과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매질, 물, 불 등으로 정신병자들을 학대, 고문했다.

그 후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며 과학,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정신병에도 인도적 치료법이 소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서구사람들은 19세기 중반까지 정신병은 악마가 붙었거나 신이 내린 벌로 여겼다. 20세기 중반 정신병 약물의 발견과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영향으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주요 치료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심리치료는 19세기 후반 프로이드가 정신질환의 원인이 신체적 이상으로 생긴다는 과학적 증거를 찾지 못하자 정신병을 심리적 병으로 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그후 역동치료 지지치료 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인지행동치료 예술치료 등 심리치료는 정신질환 치료의 한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정신분석 이론에 근거한 역동치료는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내적 갈등에 주목하여 의식적 사고로는 받아드릴 수 없는 무의식의 사고, 즉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을 통해 의식 밑의 세계를 성찰하도록 이끌어 준다. 그런 과정 속에서 환자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해함으로써 현실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심리적 힘을 길러주는 방식이다. 행동치료는 잘못된 학습에 의해 생긴 문제행동을 제거하고 긍정적 행동을 가르쳐 현실에 적응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도와준다. 지지치료는 환자의 정서적 고통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고, 공감하여 현실문제들을 해결할 용기를 길러 주는 방법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정신질환들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인간의 사고, 감정, 행동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지만 사고를 주관하는 인지기능이 핵심요소로 생각을 바꿔야 행동과 감정이 뒤따라온다. 왜곡된 사고를 고쳐주고, 자극과 반응의 학습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도와주는 게 인지행동치료의 기본이다. 대인관계 치료는 심리적 고통과 갈등이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적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 줌으로써 심리적 증상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이제 정신치료의 방향도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엔 환자의 지나간 삶에 너무 집착하고, 부정적 측면인 결점을 줄여서 마음의 고통을 덜어 주는데 중점을 두었다. 지금은 현재 여기에서 처하고 있는 현실상황 속에서 긍정적 측면인 환자의 장점을 강조하여 자신감을 높여주고 숨겨진 재능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 예전엔 정신치료의 효과가 별로였지만 지금은 여러 정신질환에서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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