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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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밥이고 꿈이다

2021-07-21 (수)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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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캠퍼스 멋쟁이/모든 여선생이 사랑하는 장학생/허나 밤엔 평생 제자리/맴도는 팽이, 아르바이트 학생/밤새 노동했던 나한테 계산을 따지며 의심해/됐어, 사장님의 문제? 최저 임금제.

한국 힙합 그룹 ‘에픽하이’가 2004년에 발표한 ‘사직서’의 한 부분이다. 최저임금으로 간신히 생활을 이어가는 당시 한국 젊은 세대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분명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지만 노동에 대한 대가는 최저임금으로 평가 절하되면서 늘 돈에 쪼들려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 사람에 대한 평가도 최저임금으로 계산되는 인권마저 무시되는 현실을 그려낸 랩(rap)이다.

최저임금을 놓고 첨예하게 갈리는 입장 차이로 벌어지는 논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LA 카운티와 LA 시의 경우 이번 달부터 시간당 15달러의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전국에서 높은 수준에 속하지만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2009년 이후 12년간 동결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는 오는 2025년까지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로 2배 이상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미국 구조 계획’ 법안에 연방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시키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면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방 최저임금 인상 불씨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많고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경영에 어려움이 커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뿐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크다. 연방 의회예산국도 “최저임금이 2025년까지 15달러로 인상되면 13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학자 폴 크루먼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비판은 옛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싱크탱크 브루킹연구소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적이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고 지역 경제 성장도 견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쟁의 와중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14일 발표된 전미저소득주거연합(NLIHC) 자료에 따르면 2베드룸 렌트비를 감당하려면 시간당 24.09달러, 1베드룸 렌트는 20.40달러 시급이 필요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 평균 시급은 18.78달러로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최저임금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노동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임금이라는 경제적 논리가 아닌 노동하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려야할 삶의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 임금’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에게 ‘밥’이자 미래 삶에 대한 ‘꿈’이기 때문이다.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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