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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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 단소 살리기의 의미

2021-07-14 (수) 이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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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한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독립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식으로 여겼고 그를 위해 한국인들의 계몽과 교육을 강조했다.”

미주 한인 초기 이민사 번역 출판 ‘외로운 여정’에 실린 작가 프랭크 진이 안창호 선생 장남 안 필립씨와 했던 인터뷰에서 필립씨가 한 말이다.

안창호 선생이 젊은 지도자를 양성하고 분열된 한인사회 통합을 이뤄낸 산실이 바로 흥사단 단소다. 또한 부인 안헬렌 여사가 막노동을 하며 LA에 온 한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독립을 염원한 곳이기도 하다.


초기 미주 한인들은 독립기금 모금 운동 뿐만 아니라 무장 독립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묻혀졌다. 세대에서 세대로 경험과 스토리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2010년 한인 가주 최초 이민지역인 중가주 리들리시에 독립문 및 애국지사 10인 기념비가 완공됐다. 독립문 앞에는 안창호, 이승만, 윤병구, 이재수, 김종림, 김호, 한시대, 김형순, 송철, 김용중 등 10인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애국지사 후손 40여명은 눈물을 흘렸다.

인근 리들리 박물관에는 1903년 고종이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 이민자에게 발부한 여권, 1920년 백미대왕 김종림씨가 일본과 싸울 비행학교를 설립했다는 윌로우스 페일리 신문 등이 보존돼 있다. 박물관 길 건너 버지스 호텔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이승만 대통령이 리들리시에 들를 때마다 묵었던 2층의 방을 프레지던트 룸으로 명명했다.

남가주 지역에서도 묻혀진 혹은 전달되지 않은 역사의 진실을 다시 꺼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바로 흥사단 단소 지키기다. 철거 위기에 직면한 흥사단 옛 단소 건물 보존을 위한 LA 시 공청회가 15일 온라인으로 열린다. 사적지로 지정되면 일단 철거 위기를 막을 수 있다. 흥사단 단소 구입추진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흥사단 옛 단소를 독립운동 사적지로 구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칼스테이트 프레즈노의 차만재 교수는 언젠가는 정체성으로 고민할 이민 후세들에게 생생한 역사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중가주에 독립문 건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아시안 증오범죄가 끊이지 않는 요즘 흥사단 단소가 중가주에 이어 남가주에 한인 정체성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살아있는 현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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