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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가 부러워”

2021-06-30 (수)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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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영사관은 없었다. 현지 한인들의 가려운 부분을 직접적으로 긁어주는 영사관, 한인들과 소통하는 영사관. 바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지난 23일 실시간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해 해외백신접종자 격리 면제 발급에 관한 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했다. 2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설명회에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이원강 영사는 수많은 한인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격리 면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온라인 설명회의 실시간 채팅창에는 LA를 비롯한 뉴욕, 시애틀 등 타 지역 한인들의 불만 섞인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다른 총영사관은 뭐하냐’ ‘같은 동포인데도 지역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는다’ ‘샌프란시스코가 부럽다’ 등등의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고국에 방문하지 못했던 한인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자가격리 면제 소식만 기다리고 있는데, 발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지역 영사관에 대한 불만과 서운한 마음이 댓글에서 드러났다.

물론 영사관들의 사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특히 LA 총영사관의 경우 미 전역에서 가장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는 만큼 처리해야 할 행정 문제가 타영사관들과 비교 불가할 만큼 폭발적인 수준이다. 현재 LA 총영사관은 격리면제 신청 폭주를 대처하기 위해 ‘재외공관 방문예약’을 완료한 한인들을 대상으로만 신청을 받고 있는데, 예약이 시작된 25일 하루 만에 모든 예약자리가 동났다. 예약을 하지 못한 한인들은 고국 방문을 앞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와 같은 격리면제 신청 혼란 사태는 한국 정부의 탓이 가장 크다. 정부가 재외공관과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격리 면제를 발표함에 따라 각 재외공관들은 긴급 대책마련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막무가내식 대처에 피해는 고스란히 영사관 직원들과 한인들의 몫이 됐다.

하지만 모든 사정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여전히 샌프란시스코 한인들이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건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온라인 설명회를 담당한 이원강 영사의 ‘진심’이다. 이 영사는 “최대한 모든 한인분들이 격리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단 한 분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답답한 한인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직접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해 소통하는 이 영사의 태도는 당시 설명회에 참여한 900여명을 감동케 했다. 이날 한인들은 자국민으로서 영사관으로부터 보호와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사는 “행정은 종합예술이다”고 강조했다. 영사관 직원들과 한인들이 쌍방으로 일을 잘 해냈을 때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영사관의 지침을 준수하며 신청 차례를 기다리고, 영사관은 하루 빨리 온라인 신청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한국 정부의 발표에 영사관도 한인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기는 매한가지다. 서로가 비판적인 자세보다는 협업하는 자세로 종합예술을 해내기를 바란다.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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