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가 6월15일을 기해 지난 1년3개월 동안 계속된 감염병으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선포했다. 해방은 벅찬 사건이다. ‘6.15 코로나 해방의 날’에 이어 처음으로 연방공휴일로 지정된 ‘6.19 노예해방의 날’도 있었다.
6월은 파란 많은 한민족에게도 고난과 환희가 점철된 달이다. 내일 모레면 71년 전인 1950년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 5천년 사에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이 날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못한다. 6.25 한국전쟁은 남북의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300만 명의 사망자와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른다. 한국전쟁은 미국이 참전했으나 승리하지 못한 전쟁 중의 하나이고 아직까지도 휴전 중인 상황에서 역사적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잊혀진 전쟁’이라니…, 너무 서운하고 동맹국가로서 무책임한 평가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은 20세기 어떤 전쟁보다도 민간인 희생비율이 높았던 전쟁이어서 전쟁사 연구자들은 ‘더러운 전쟁(Guerra Sucia, 스페인어)’으로 부르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민간인 희생이 국가 폭력 외에 일부 미군에 의해서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한국민에게는 ‘잊혀질 수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 바이든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시켜 랄프 퍼킷 참전용사에게 훈장 수여를 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을 견제하고 한미동맹을 과시하려는 뜻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도와준 미국에 고맙기도 하면서 미국이 한국전쟁에 대한 종전책임을 망각하지 말고 하루 빨리 평화협정을 결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6월에는 또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있었던 6.10 만세사건, 그리고 지금은 70대 후반이 된 당시의 대학생들이 박정희 정권에 항거해 굴욕적인 한일 협정체결에 맞섰던 1964년 6.3 사태가 있었다. 6월6일 현충일과 1987년 민주화운동의 절정인 6.10 항쟁, 이어서 6.29선언도 6월에 들어있다.
그 외에도 최근의 6월에 있었던 두 사건, 6.15 남북공동선언과 6.12 북미정상 공동성명이 없었더라면 우리민족은 전쟁의 악몽에서 영원히 헤어날 길이 없었을 것이다. 하늘이 도와 전쟁과 갈등의 긴 역사를 접고 화해와 협력의 단초를 만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 이은 6.12 북미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기에 충분했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6.12 북미공동선언에 기초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에도 준비가 돼있다’고 화답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받아낸 약속과 G7회의에서 인정받은 높은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하루 속히 남북협력에 나서야하며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등의 조정으로 대화의 여건조성에 과감해야한다.
동족상잔으로 엄청난 피해를 겪었으면서도 70년이 넘도록 휴전 상태가 지속되며 세계열강이 충돌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어느 지역에서보다 평화에 대한 열망이 높고 평화운동이 뜨거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국내외 평화 운동가들은 다시는 전쟁의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세계인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호소한다. 평화는 결코 전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6월이 가고 있다. 전쟁의 6월에서 이제는 평화의 6월로 안착시켜야 한다. 아직도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행여 대통령 선거 정국으로 그 물꼬를 막거나 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전쟁으로부터의 해방, 그것은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국내외 한민족 모두의 가장 큰 책무이자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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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