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로댕의 ‘신의 손’
2021-06-14 (월)
김소형 (SF한문협 회원)
스탠포드 대학 안에 자리한 캔터 아트센터(Cantor Art Center)가 다시 문을 열었다. 1894년 개관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닫혔던 문이 드디어 열린 것이다. 긴 공백의 시간만큼 아트센터의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설레였다. 간혹 온라인으로 새로운 전시들을 감상할 순 있었지만 미술관 내에서 직접 발을 내딛으며 작품들을 만나는 것은 온몸의 감각으로 기억되는 긴 여운의 만남이 된다.
캔터 아트센터에는 특별히 로댕(Auguste Rodin)의 약 200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날은 유독 ‘피아니스트의 손’이란 작품이 눈에 띄었다. 가냘프고도 긴 청동의 손가락이 춤을 추듯 구부리고 있는 모습은 마치 연주 중간에 음들이 손가락 사이로 공명을 느끼며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양이다. 로댕은 이렇듯 다양한 인체의 손을 제작하기 위해 수천개의 작은 점토로 손의 근육, 비율, 질감 및 균형 등을 모델링 했고 분노와 절망에서 연민과 부드러움에 이르기까지 손을 통해 심오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피아니스트의 손은 손가락 사이로부터 불려지는 메아리처럼 나의 눈과 귀를 붙들었다. 조각을 봄으로도 피아니스트의 음과 연주하는 영혼을 떠올리게 함이 로댕의 위대함이 아닌지 싶다.
‘피아니스트의 손’을 비롯, 이처럼 수많은 로댕 작품을 스탠포드 대학에 기부한 캔터가 맨처음 로댕 작품에 심취하게 된 계기 또한 흥미롭게 다가온다. 캔터는 1945년 어느 날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로댕의 ‘신의 손(The hand of God)’을 처음 본 후 그의 작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약 50여년간 수많은 조각, 드로잉, 판화 등의 작품들을 수집하게 되었는데 그중 ‘신의 손’은 창조주의 손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대리석 안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의 형상이 손 안에서 빚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신의 손’을 보며 “나는 대리석 안에 들어있는 천사를 보았고, 그가 나올 때까지 돌을 깎아냈다”라고 했던 미켈란젤로의 이야기가 함께 회자됨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로댕의 ‘신의 손’과 그의 또 다른 작품 ‘피아니스트의 손’과 같이 우리 내면에서도 우리가 되고자 하는 개개인의 모습들이 형상화되어 빚어지고 있으리라. 그것이 어떠한 형상으로 나타날지 그것은 우리가 빚어내는 내일이 될 것임을. 우리는 기억하리라.
<김소형 (SF한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