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절에서 처음 만났지요. 당신의 장모님, 독실한 불자셨던 정묘행 보살님, 살아계신 동안, 효심 지극하신 부인과 처형께서 절에 모시고 오셔서 법회도 참석하셨었지요. 애처가이신 당신도 자주 동행하셨었지요. 그래서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지요. 정묘행 보살님이 돌아가신 후, 당신과 부인께서는 교회로 돌아가시고, 우리 부부는 집안 인연 따라 원불교로 갔지요.
우리는 종교는 달라도 우정은 더욱 깊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왔네요. 숙세의 인연이고 내세의 다시 만날 약속이랄까요. 같은 동네에서 40여년 이웃으로 살면서 자식들 키우면서 참으로 즐겁게 살아 왔는데, 홀연히 떠나시다니 그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2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까지 세계 굴지의 두 건설회사에서 혜성같이 두각을 나타내신 당신의 생생한 체험담을 달변으로 풀어내실 때마다 좁은 분야의 공학 연구자로 살아온 눌변의 나는, 별천지 새 세상의 얘기를 듣는 듯 참으로 경이로운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으면서도 투철한 신앙심으로 원리원칙을 지키는 정도를 걸어 왔습니다. 나로서는 헤아릴 길이 없는 당신의 예리한 직관력과 통찰력, 기발한 독창력, 뛰어난 순발력으로, 항상 정연한 논리를 펴시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어내시고, 정확한 사리판단, 원대한 전략과 철저한 대비로, 경쟁에서 성공하신 것입니다.
당신은 타고난 지도자, 리더(Leader)였습니다. 당신의 리더십(Leadership)의 본질은, 다른 사람의 세정을 알아보셔서 깊이 배려하시고, 그 사람의 장점과 적성을 본인보다 더 잘 알아보시는 능력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사람들을 적재적소 배치하여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모티베이션(Motivation)의 달인이었습니다. 당신이 말년에 이끄신 CBMC 조직의 대성공이 그 한 예라고 하겠습니다. 당신의 탁월한 이 능력으로 인하여 당신의 친구들은 아마도 하나같이 당신을 절친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당신은 둘도 없는 나의 절친입니다.
당신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나의 부모,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절친 당신입니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당신에게, 한없는 슬픔과 아쉬움을 겨우 가누고, 영원한 안식과 해탈의 문이 열리길 하나님과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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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길 (공학 박사, 모라가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