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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슈만의 ‘부캐’

2021-05-28 (금) 박현지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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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조어로 ‘부캐’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는 온라인 게임으로부터 시작된 용어인데, 주력으로 쓰는 캐릭터가 아닌 부수적으로 육성하는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한다. 그런데 요즘엔 내 본래의 모습이 아닌 다른 성격의 자아로 행동하는 것도 ‘부캐’라고 부르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유재석은 국민 MC로 알려졌지만, 따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면서 ‘유산슬’이라는 부캐를 사용했다.

클래식 음악에서도 이와 같이 본인의 ‘부캐’를 가지고 작곡 활동을 했던 음악가가 있었는데, 바로 낭만주의 작곡가인 로버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이다. 슈만은 독특한 작곡 방식인 ‘성격소품’(Character Piece)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이것은 어떤 특정한 분위기나 음악 외적인 주제를 짧은 곡 안에 표현하는 것으로, 균형과 형식을 중시했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작곡가의 사상과 예술혼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발산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후 발라드, 교향시, 환상곡, 그리고 오페라의 아리아와 같은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졌다. 고전주의 음악이 귀족과 로열 패밀리들을 위한 음악이었다면, 슈만으로 대표되는 낭만주의 때부터는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형태로 음악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슈만은 왕성한 작곡 활동과 더불어 그의 문학적 재능을 적극 활용하여 다양한 수필과 비평문을 남겼는데, 그때 그는 슈만이라는 본명 대신 다양한 필명, 즉 ‘부캐’들을 사용했다. ‘플로레스탄’은 충동적이고 혁명가적인 거친 성격의 캐릭터였고, ‘유세비우스’는 낭만적이고 자상한 성격을 보여줬다. 심지어 슈만은 음악에서도 다양한 필명을 사용하며 자신 안에 담겨 있는 수많은 ‘부캐’들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부캐들이 당시 슈만의 정신분열적인 병력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늘날 이 ‘부캐’라는 개념이 내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을 볼 때, 슈만의 선구자적인 안목을 칭송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슈만의 대표적인 성격소품곡으로 ‘꿈’을 의미하는 ‘트로이메라이’가 있다. 이 곡은 슈만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어른의 관점에서 쓴 곡이다. 단순한 멜로디에서 시작되어 펼쳐지는 감정의 변화가 무겁지도 결코 가볍지도 않게 표현되며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명곡이 되었다. #Pianistarhj

<박현지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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