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창] 걱정과 바람(Worry and Hope)

2021-05-26 (수) 서기영 (목사)
크게 작게
온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으로 가득 차 일년이 넘는 세월을 마스크와 함께 지내며 이것을 언제 벗을까 근심했다. 그러면서 모두의 마음에는 빨리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 서로서로 얼굴과 얼굴을 대하며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가득 자라났다. 드디어 이제 미국은 걱정의 허물을 조심스레 벗기 시작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어떤 삶일까? 이제 마스크를 벗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니 누구를 만나고 만나면 무엇을 할까? 하나, 둘, 셋... 기대로 채워지고 있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 학기에 고등학교 시니어가 되는 큰아들에게 물어봤다. “아들, 대학에 가는 것이 걱정되니 기대되니?” 아들은 당연히 걱정된다고 대답했다. “아들, 너무 걱정하지마. 꿈을 가지고 바라면 다 잘 될 거야.” 지금 걱정해야 준비하고 꿈을 이룰 수 있다며 아들은 나에게 자신의 논리로 열변을 토해냈다. 그 말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삶의 바람은 즉 궁극적 미래의 꿈을 바라는 것은 현재의 삶 속에서 걱정과 근심을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 있는 곳에서 바라는 그것을 위해 한걸음씩 걸으며 기다리며 버티는 힘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걱정과 근심은 국어사전에서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것 또는 좋지 않은 일이 있을까 봐 두렵고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걱정과 근심의 핵심은 안심하지 못하는 것, 불안한 것이다. 걱정은 포스트 코로나 사회,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의 마음을 불안으로 밀어넣는다. 바람에 밀려 산자락으로 내려오는 하늘의 구름을 보며 당장 비가 쏟아지지 않을까 하며 속을 태우는 어리석은 어른의 모습과 같다. 그러나 바람과 기대는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 것 또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정리되어 있다. 바람을 타고 산기슭으로 내려오는 구름을 향해 구름아 이리 와 하며 구름과의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 바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걱정이 만든 불안으로 꽁꽁 싸맨 팔짱을 풀고 포스트 코로나 세상 안에서 우리 앞에 펼쳐질 새로운 날들을 바람이라는 힘으로 두 팔을 벌리고 맞이해보자.

<서기영 (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