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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밀크 티 동맹’을…

2021-05-2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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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는 베이징의 엔드 게임이 아니다. 전 세계의 자유를 질식시키려는 중국의 시도, 그 시작일 뿐이다.”

홍콩보안법 강행처리이후 홍콩 민주화 인사들의 재산권, 생명권 박탈과 함께 중국공산당의 사실상의 홍콩 병탄이 이루어지자 한 중국의 반체제 인사가 한 말이다.

‘중국의 그림자가 날로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홍콩사태 이후 아시아전역에서 목도되고 있는 현상이다.


인도와의 국경 충돌에 이어 동중국해에서 대만,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지역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이징의 끊이지 않은 군사도발로. 캄보디아에서는 중국의 ‘애완견’격인 훈 센 정권이 35년 째 독재정권을 이끌고 있다. 미얀마에서도 친중노선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필리핀에서는 반자유주의자이자 포퓰리스트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민주주의를 허물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더 멀리 인도에서도 민주주의는 뒷걸음 치고 있다.

한 마디로 권위주의 세력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할까. 그게 홍콩사태이후, 코비드 팬데믹 상황에서의 아시아의 정치기상도다.

“무고한 사람을 매일 같이 쏴 죽인다. 심지어 만삭의 임신부까지.”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월 1일이다. 이후 상황은 내전양상으로 비화되면서 시민들이 매일 같이 죽어나간다. 피살자 수만 800명이 넘어서면서 유혈의 아수라장이 된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절규다.

민주주의가 뒷걸음치고 있는 아시아지역. 그 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미얀마다. 군부 쿠데타. 그에 따른 군사독재의 폭압 통치. 이는 미얀마에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또…. 그러니 소망이 없어 보인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러나 대반전의 기미가 엿보인다. 한 줄기 서광이 비쳐지고 있다고 할까.

과거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 오늘날 미얀마 거리에의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주역은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청년세대로. 이 미얀마의 Z세대는 거리 시위는 물론, 전국 규모의 시민불복종 운동의 선봉이 돼 군부의 만행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거리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학교, 정부청사, 은행, 공장, 심지어 열차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전개돼 100일이 넘도록 이어져오고 있다.

‘중국의 사주를 받고 있는 군부 쿠데타에 굴복하느니 죽음을 감수하겠다’- 미얀마의 청년세대가 보이고 있는 기세다. 무엇이 이들을 이 같은 처절한 투쟁으로 내몰고 있나.

전 세대들과 달리 미얀마의 오늘 날 청년세대는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자유의 소중함을 깊이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국경을 초월한 민주주의 연대세력이랄까.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웃들의 지원이 잇달고 있다. 홍콩,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심지어 인도, 벨라루스 등지에서까지.

‘밀크 티 동맹’(Milk Tea Alliance)으로 불리는 아시아의 청년세대 민주화 지지층이 피로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의 민주세력에 희망의 손을 내민 것이다. 이 ‘밀크 티 동맹’이 강력한 우군으로 등장하면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봄의 혁명’으로 그 양상이 변모하고 있다.

밀크 티 동맹은 지난해 태국의 한 유명 배우가 홍콩 민주화 운동과 대만독립을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린 데서 비롯됐다.

중국이 우마오당으로 불리는 댓글부대까지 동원, ‘인해전술’식 신상 털기 공격을 가하자 태국은 물론이고 홍콩과 대만의 누리꾼들도 합세해 반격에 나서 ‘SNS 대전‘이 벌어졌다. 한국의 방탄소년단에 중국 네티즌들이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어오자 전 세계의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A.R.M.Y)가 지원사격에 나섰던 것처럼.

이 세 나라 대중이 즐기는 음료가 밀크 티라는 점에 착안해 이 연합세력은 ‘밀크 티 동맹’이라고 불리게 됐다. 이들은 해시태그운동과 함께 SNS를 통한 연대시위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반중, 민주화 운동 시위에 직접 참가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반독재 투쟁의 노하우를 공유, 실제적 지원에도 나선다.

대만, 홍콩의 젊은 세대는 베이징의 ‘전랑외교’스타일의 막가파식 행태의 직접적 피해자다. 군부 독재에 시달리고 있는 태국의 청년세대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중국의 횡포에 진저리를 내고 있었다.

이 세 나라 청년세대의 반중운동 연대에서 시작된 것이 밀크 티 동맹이다. 이후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그리고 심지어 역시 독재에 시달리고 있는 구 동구권의 벨라루스에서도 호응을 받으면서 반독재, 반권위주의 민주화운동 연대로 그 세를 넓히고 있다.

미얀마와 태국은 평소 앙숙관계다. 그런데 그 두 나라의 젊은 세대가 서로 돕고 있다. ‘인권이 중요하다’- 이 보편적 명제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정의구현을 갈망하고 있어서다.

밀크 티 동맹은 개별국가를 초월한 21세기 형 민주주의 동맹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민주화 연대 동맹은 머지않아 한국으로도 외연이 확장될 것 같은 예감이다. 중국이라면 진저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586세대로 대변되는 반자유민주적 좌파 정권에 분노하고 있다. 그게 대한민국의 오늘날 청년세대로 비쳐져 하는 말이다. <논설위원>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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