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선거의 해’-. 1월의 대만 총통선거를 그 시작으로 전 세계 76개국에서 42억 명의 유권자들이 한 표 행사에 들어갔다. 그 대장정의 해, 2024년에 붙여진 이름이다.
11월 5일의 미국의 대선을 포함해 이미 67개가 넘는 나라에서 주요 선거가 치러졌다.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주권행사를 위해 투표소를 찾은 것이다. 관련해 이코노미스트지는 한 질문을 던졌다. ‘민주주의는 승리 했나’는.
자유, 공정선거, 소수권리보호, 인권, 언론자유, 사법부 독립…. 전 세계적으로 이런 것들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나. 프리덤 하우스 보고서에 따르면 그 답은 부정적이다. 20년째 민주주의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거다.
이코노미스트의 질문은 다름이 아니다. ‘수퍼 선거의 해’를 맞아 오랜 민주주의 결손현상에 뭔가 반전의 기미가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들쭉날쭉(mixed)하다.’ 내려진 진단이다.
42개 국가에서는 비교적 공정한 선거가 치러졌다. 투표율도 높았고, 선거부정이나 폭력도 별로 없었다. 반면 상당수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하이텍을 이용한 교묘한 선거조작, 막후에서의 통치력 행사, 야당 후보구금, 체포, 고의적 편 가르기 등이 공공연히 저지러져서다.
포린 어페어스도 비슷한 진단을 하고 있다. ‘수퍼 선거의 해’를 맞아 지구촌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민주주의 신장과 관련해 결과는 역시 ‘mixed’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가냘프나마 희망이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20년 독재의 에르도안에 맞서서 튀르키예의 야당은 지역선거에서 귀중한 승점을 거두었다. 인도의 모디총리는 3선에 승리했으나 그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은 상당수 의석을 잃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체제의 억압에도 불구 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일련의 사태에 뒤이어 발생한 것이 ‘방글라데시의 4.19 혁명’이다. 20년간 철권통치를 해오던 세계유일의 여성 독재자 셰이크 하시나 와즈드수상이 학생주도 반정부 시위에 쫓겨 인도로 망명을 한 것이다.
그리고 3개월 후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실시됐다. ‘눈터지는 계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따라서 선거결과 불복과 함께 폭력난무 상황이 우려된다.’ 선거 전의 일반적 예상으로 미국의 정치가 제 3세계 후진형이 된다는 경고가 잇따랐던 것.
결과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불복사태도, 폭력사태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지지한다는 공화당 유권자는 1/3에 불과하다.’ ‘75%의 유권자는 양당 후보 모두를 선호하지 않는다.’ 출구조사에서 밝혀진 사실들이다. 무엇을 말하나. 어딘가 잘못된 방향으로 미국이 가고 있다고 보고 있는 유권자들은 변화에 표를 던진 것이지 트럼피즘에 표를 던진 것이 아닌 것이다.
이와 함께 포린 어페어스의 진단도 상향조정 됐다. 퇴행만 거듭해왔다. 그 세계의 민주주의가 뭔가 희망의 서광너머 대반전의 Tipping Point(전환점)를 향해가고 있는 것 같다는.
‘결정적 Tipping Point 상황을 맞았다’-.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이재명이 한 말이라고 하던가. 그 ‘오늘’, 그러니까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선고가 내려진 2024년 11월 15일이 바로 그런 날이 아닐까.
무려 799일이 걸렸다. 기소부터 징역 1년에 2년 집행유예 실형선고가 내려지기까지. 그간 펼쳐진 것은 온갖 진상에, 3류, 4류, 아니 차라리 양아치 수준의 막장 극이었다.
정치는 없었다. 국정도 뒷전이었다. 그게 이재명표 더불어민주당으로 그 존재이유(Raison d’etre)는 오직 ‘이재명대표 결사옹위’에 있다. 본래 뿌리는 ‘문빠 부족주의’정당이었다. 그러다가 변두리 종북좌파 신분의 이재명이 당권을 거머쥐게 되자 ‘개딸 전체주의’정당으로 악성 진화했다.
그리고 4.10 총선 이후 이재명을 둘러싼 온갖 사법리스크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자 당을 오직 방탄용으로 개조, 그 과정에서 당헌 당규까지 바꾸었다. 동시에 추진해온 것은 마구잡이식 입법의 사유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내세운 논리는 오로지 ‘기-승-전-김건희’다.
이재명 수사 담당검사들에 대해 줄줄이 탄핵 소추안을 냈다. 검찰을 수사하는 특검도 추진했다. 판사 선출제를 검토하고, 판사탄핵 서명까지 했다. 그도 모자라 선고일이 다가오자 이재명 무죄 100만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이재명지키기 흉기가 되어버린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망나니극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이재명 사수의 총폭탄이라도 된 양 길길이 날뛰던 개딸전체주의 컬트도 이제 그만 와해 운명을 맞은 것 같다. 법정을 통해 결국 진실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사법리스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위증교사혐의 선고를 불과 한 주 앞두고 있고, 대북송금 의혹 1심 심리에, 대장동·백현동·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심리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으니.
2024년 11월 15일은 정녕 ‘양아치화 된 한국정치’가 정상궤도로 진입하는 Tipping Point로 기록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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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