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에 시작되었던 코로나 19 상황이 이제 호전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었던 불안한 미래는 서서히 종착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백신을 맞았고 지인끼리 마주 앉아서 식사도 하고 있다.
낯선 사람과 가까이 마주 치거나 기침 소리를 들어도 놀랐던 한인들은 더 이상 당황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는다. 설령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에게 감염되어도 ‘죽을 정도로’ 심각하게 아플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이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되도록 사람들을 피해서 다니고 밖에 나와 있는 물건들을 만지기 꺼렸다. 바깥 출입도 자제했고 부득이하게 나가야 할 경우에는 마스크, 장갑 등으로 ‘완전 무장’했다.
이 같은 힘든 상황에서 작년 OC 한인회는 교통이 불편한 저소득층 한인 노인들을 찾아 다니면서 그 당시 필수적이었던 마스크와 비누 등을 나누어 주었다. 한미노인회는 기회가 될 때 마다 기부받은 쌀, 마스크, 비누를 한 아름 안겨주었다.
한인 상공회의소도 여기저기 찾아 다니면서 마스크 등 필수품을 전달했다. ‘한미특수교육센터’는 더욱더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발달 장애 자녀와 가족들을 위해서 힘이 닿는 한도 내에서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다른 한인단체들도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한인들을 도우려고 애를 썼다.
올해에도 마찬가지이다. 오렌지 샌디에고 평통과 한인회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테스트를 해주는 행사를 마련했다. 임원들은 방어복,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에 노출된 셈이었다. 실질적으로 한인회를 통해서 검사 받은 사람 중에는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노인회와 한인회가 마련한 코로나 19 백신 예방 접종 대행 프로그램은 한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백신 접종 예약을 하기 위해서 한인들은 아침 일찍부터 줄지어 기다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백신을 맞으려고 해도 미 주류사회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가 불편한 한인들이나 백신 접종장이 멀어서 교통편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없는 한인들은 한인회와 노인회로 몰려왔다.
한인회 백신 접종 예약 장소에서 만난 웨스트민스터에 거주하는 한 한인 가족은 4명이 한꺼번에 예약했다. 이 가족은 ‘편안한 기분으로 편리하게 예약을 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하면서 ‘한인회에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했다. 타운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여성은 ‘가까운 곳에서 예약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인 단체들의 백신 접종 예약은 부에나팍에 있는 비 영리 기관인 ‘코리안 복지센터’가 한인 등 소수민족 저소득층과 노인들을 위해 백신을 카운티 정부로부터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센터는 애나하임 클리닉에서 한인들에게 직접 백신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이같이 코로나 19라는 힘든 상황을 겪어오면서 한인 1세 특히 노인 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한인 단체와 기관들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한인들은 ‘한인회가 왜 필요하냐’ 등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단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만든 셈이다.
OC 평통이나 노인회도 마찬가지이다. 평상시에는 모르지만 한인 사회 전체가 나서서 도와야 할 상황에 부딪치면 각자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단체들에 몸담고 있는 임원들도 코로나 19에 노출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다행히 작년 한해동안 한인커뮤니티 단체에서 자원봉사한 한인들 중에서 코로나 19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은 없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는 한인 커뮤니티에 왜 한인 단체와 기관들이 활발하게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무도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 19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나면서 한인 단체와 기관들은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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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OC지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