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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그래도 사야 하나

2024-10-10 (목) 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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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과 암호화폐 등에 투자를 하는 미국인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재산목록 1호는 주택이다.

특히 직장에서 일하면서 매달 노후에 대비해 꾸준히 저축을 해나가는, 미국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에게 주택은 재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내 집 마련도 ‘투자’ 개념으로 친다면 내 집 마련을 통한 부동산 투자가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투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1965년부터 1980년까지 출생한 X 세대는 여전히 주택 소유를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및 재정 성과로 꼽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의 주택 소유율은 각 세대 중에서 가장 높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공개한 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소유주의 빚을 제외한 순자산 비율이 1950년대 이후 70여년 만에 가장 높으며 이는 주택 소유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또한 주택가격의 지속한 상승으로 부동산 가치에서 모기지 빚을 뺀 에퀴티 비율은 올 2분기 기준 72.7%를 기록, 지난 1958년 이후 가장 높다. 주택 소유주들의 에퀴티 비율이 72.7%에 달하지만 모기지 비율은 27.3%로 낮아졌다. 전국 주택 소유주들의 에퀴티 규모는 불과 10년 전의 3배인 35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그렇지만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택 소유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는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출생한 Z세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차도 안 사겠다는 생각이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들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인플레이션은 치솟고 임금 상승률은 둔화되면서 대다수 미국인들은 저축을 하기가 갈수록 힘들다고 하소연 한다.

기자가 아는 지인도 수년째 월급 중 일부를 저축해 저축이나 CD(양도성 예금증서)에 넣어두겠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아직도 못하고 있다. 매달 월급을 받으면 페이먼트 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저축을 하기가 너무나 힘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매입은 효과적인 ‘강제 저축’ 수단이 될 수 있다. 주식 투자는 고사하더라도 저축상품이나 CD 등에 저축을 못해도 매달 모기지 지불을 통한 에퀴티 증대를 통해 저축효과와 함께 노후에 대비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15년에서 30년간 매달 모기지를 지불하고 나면 빚이 없는 온전한 내 집이 생긴다.

연방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모기지를 완납한 미국인이 급증, 전국 주택의 약 40%가 모기지가 없는 주택으로 조사됐는데 이 또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7%대를 훌쩍 넘겼던 모기지 금리가 최근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5%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도 주택 바이어는 물론 기존 주택 소유주들에는 희소식이다.


약 2%대의 모기지 이자 하락은 매달 적게는 수백 달러에서 많게는 1,000달러 이상의 페이먼트 절약 효과를 가져 온다. 매년 수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주택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따라서 모지기 부담도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절약 효과는 놀라울 정도다.

연준이 2년 반 동안의 고금리 기조에서 탈피, 지난 9월 18일 마침내 0.50%포인트의 ‘빅컷’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또한 연준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 완화 정책으로 전환했음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기준 금리는 2년 반 동안 22년 만에 가장 높은 5.25~5.50%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금리 인하로 4.75%~5.00%까지 내려갔으며 기준금리는 내년 말까지 최소 1.75%, 많게는 2.00%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 금리가 모기지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모기지 금리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 집 마련은 ‘늦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르다’고 말하지만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부부들에게는 특히 권고하고 싶다. 남가주의 경우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렌트비를 감당한다. 주위를 보면 2,000~3,000달러를 매달 렌트비로 ‘낭비’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본다. 이같은 렌트비 지출을 감당할 수 있으면 내 집도 살 수 있다.

기자도 26년 전 결혼 후 글렌데일에 내 집을 마련했지만 내 집 소유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음의 평안’(Peace of Mind)인 것 같다. 은퇴 후 노후에 내 집이 없다면 정말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완납하거나 10만~20만달러대로 줄일 수 있다면 매달 모기지 페이먼트를 1,000달러대로 낮출 수 있다. 실제로 남가주에서 대다수 세입자들이 매달 2,000~3,000달러의 렌트 페이먼트를 내며 허덕이고 있지만 모기지 페이먼트를 1,000달러대까지 낮춘 주택 소유주들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주택 구입은 어느 정도 재정적인 능력과 함께 이에 따른 희생도 물론 따른다. 그러나 20~30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유효한 투자 전략이다.

<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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