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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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네모난 창(A New Window)

2021-04-28 (수) 서기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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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네모난 창 앞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앉게 된다. 컴퓨터나 핸드폰 화면에 나 있는 네모난 창이다. 창이란 햇빛이나 바람이 통하게 하거나 밖을 내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해 터져 있게 한 부분을 말한다. 팬데믹이 일년 넘게 지속되고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화상 대화 창 앞에 앉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우리 조상들의 속담이 말해주는 것 같이 네모난 창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지금의 어려운 시대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이다.

2004년 난 처음 이 네모난 창을 경험했다. 우리 집에 하늘이 주신 선물인 첫째가 태어났을 때 멀리 떨어져 계시던 시부모님께서는 첫 손주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포켓 PC를 사주셨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거리가 멀어 직접 자주 볼 수 없는 첫 손주를 화상 대화로 보시며 즐거워하셨다. 그때 우리 가족이 만난 네모난 창은 단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주가 얼굴만을 보는 틈이 아니라 조부모의 사랑을 그 작은 창을 통해 느끼면서 받는 사랑의 창이었다.

팬데믹이 만든 비대면 시대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식의 전달과 배움, 회사의 회의, 의사와의 상담, 화상으로 드리는 예배와 신앙 활동, 친구와 함께하는 생일파티 그리고 졸업식 등등 대부분의 타인과의 대화를 이 네모난 창 안에서 이루어 간다. 오늘도 난 4시간이 넘는 시간을 둘째 아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해 네모난 창 앞에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긴 시간 화면 앞에 앉아 서로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컴퓨터 화면에 구멍이 뻥 뚫려 상대방이 화면에서 나올 것만 같다. 네모난 창이 정말 창문이 되어 상대방을 볼 수 있게 한다. 이렇듯 화상 대화의 창은 단지 대화를 위한 통로만이 아니라 그 틈으로 상대방을 보며 마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창이다. 긴 어둠의 터널이 지나가고 환한 봄날이 온다면 작은 틈, 네모난 창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면이라는 대자연의 창을 통해 그동안 다 나눌 수 없어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그리움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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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영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남편과 함께 목사안수를 받은 목사이다. 남편의 유학생활을 계기로 시작한 미국 생활은 벌써 12년이 다 되어 간다. 아들이 둘 있고 어린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린이 사역자이다.

<서기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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