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교토부 명예 우호대사
2021-04-23 (금)
안세라 (주부)
아주 오랜만에 일본 교토부에 거주하고 있는 마쯔오상에게 연락이 왔다. 마쯔오상은 십여년 전 나의 대학 시절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소중한 인연이다. 그분은 당시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한국 배우 강지환을 좋아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유학생인 내가 한국어를 너무 잘 가르쳐준다면서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고, 혼자 사는 대학생이 안쓰러웠는지 반찬도 해주시고, 밥도 자주 사주셨다. 너무나도 반가운 메일이였다. 오랜만에 받은 이메일로 나는 십년도 훨씬 지난 대학 생활, 그리고 유학 생활이 그리워졌다.
사실 나는 ‘교토부 명예 우호대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교토부 명예 우호대사는 일본의 교토부 내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 중 선발돼 세계 각국과 교토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는 대학원생 시절 우연히 지원하게 되어 선발되었다. 그래서 한국어 강좌를 개최하기도 하고, 한국 요리를 선보이는 요리 강좌도 열고, 한국에서 오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때는 여러가지 활동을 했지만, 졸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것과 동시에 어느덧 그 타이틀은 잊고 지냈던 것 같다. 가끔 분기별로 배송되는 교토부 소식지가 교토부와 나를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마쯔오상의 메일이 나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사실 교토부 명예 우호대사는 기간이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리적 위치를 제한하는 일도 아니었다. 내가 몇 살이 되든, 어디에 살든 나의 출신국인 한국과 교토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마쯔오상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어디에 사는지 나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한국과 교토부’를 위해서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 했다. 타이틀이 부끄럽게도 나는 아무런 역할도 해내고 있지 못함을 알아챘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교토부와 한국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 큰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마쯔오상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 그것 역시도 내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앉아 마쯔오상에게 길고 긴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안세라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