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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한국 입국 시 14일간 자가 격리 경험담

2021-04-22 (목) 신재동 (캐스트로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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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는 밤 비행기 기내는 한산했다. 보일 787-900기종의 이코노미 플러스 좌석 수가 135석인데 겨우 15명이 타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빈 좌석이 하나도 없어야 하는 건데 오늘은 텅텅 비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격을 둘 필요도 없다. 스튜어디스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단단히 무장했다. 비닐로 된 반투명 바바리코트를 입었고, 비닐장갑, 마스크에다가 투명 비닐로 된 큼지막한 보호안경도 끼고 있다.

인천 공항에서 법무부 입국 심사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코로나 방역 검사부터 한다. 방역 검사가 법무부 입국 심사보다 더 철저하고 까다로워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많다. 비행기 탑승 72시간 이내에 코비드 19 PCR 테스트받은 증서부터 확인했다. 화이자 백신 맞았다는 확인서는 무용지물이다.

서류를 갖추지 못한 승객이나 증세가 있어 보이는 승객은 한쪽에 가림막으로 급조된 검시소에서 즉석 검사를 받는다. 심사에 합격한 승객은 휴대폰에 자가 격리앱을 깔아준다. 불합격한 승객은 외국인(한인 시민권자 포함)일 경우 입국을 불허하고 내국인일 경우 당국에서 지정해 주는 격리 시설로 가야 한다. 격리 시설은 자비 부담이며 2주에 170만원 내외이다.


짐을 담은 카트를 밀면서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방역 요원이 막아섰다. 입국 2주 동안 국내 어디서든 내국인과 접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방역 요원들은 승객이 타고 가야 할 차량을 정해주는데 집에서 픽업하러 나온 차량이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방역 감시에 등록된 차량만 이용해야 한다.

인천공항에 정규 시내버스나 리무진 버스는 운행이 중지되었기 때문에 방역 당국에서 운행하는 방역 버스나 방역택시만 다닌다.

집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가자마자 고양시 보건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으란다. 그러면서 주의사항이 따랐다. 어떻게 보건소에 갈 것인가 묻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안 되고, 택시를 타려면 반드시 방역 택시를 타야 한단다. 방역 택시는 많지 않아서 전화로 예약하고 오래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결국 운동도 할 겸 걸어서 가기로 했다. 전철로 한역이어서 걸을 만한 거리다.

이번에는 휴대폰에 앱을 깔아준 공항 검역 요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매일, 수시로 앱에 자가 진단 항목이 뜨니까 반드시 체크해서 보내달란다. 일산동구 보건소가 있는 마두역까지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 아무 데도 들려서는 안 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도 말고 직행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떠올리면서 걸었다.

검역소는 하늘만 가린 텐트로 보건소 옆 가든에 차려있었다. 비닐장갑을 낀 것도 모자라서 세정제로 비닐장갑 낀 손도 씻으란다. 코로나 사태가 오래 지속하다 보니 보건소 검역원들이 숙달되어서 노련하고 철저했다. 그러면서 고급 선물 봉투에 든 선물 한 보따리를 준다. 선물 봉투에는 소독약과 분무기, 세정제, 일회용 온도계, 마스크 그리고 견과류도 들어있었다.

오후에 전화벨이 울리는데 생판 들어보지 못한 가늘고 긴 새로운 소리다. 웬일인가 받아 보았다. 자가 검진 보고를 하라는 경고음이었다. 얼마 후에 전화가 또 왔다. 이번에는 격리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다.

고양시에서 선물 박스를 보내왔다. 식료품이 가득 들어있다. 꺼내도 꺼내도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다 꺼내놨더니 쌀, 햇반, 비비고, 라면, 카레, 짜장, 장조림, 캔 김치 심지어 생수까지 식료품이 방바닥에 가득 널려 있다. 박스 맨 밑바닥에 프린트한 종이 두 장이 있는데 한 장은 고양시청 복지정책과에서 보내온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프린트한 카드였다.


격리 해제 바로 전날 메시지가 왔다. 오늘 일산동구 보건소에 가서 격리 해제 검사를 받으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자기 차를 타고 가던지, 걸어서 가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여권을 지참하고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갔다. 보건소 건물로 들어가는 정문은 굳게 걸어 잠갔다. 코로나 환자들이 드나들까 봐 그런 것이었다.

주차장에 설치한 검사소에는 지난번 검사받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이쯤 되면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맘 놓았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위치 확인 신호가 연거푸 걸려왔다. 아마도 해이해진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시간대였나보다. 오후 5시에 위치 확인하고 나서 7시에 다시 확인했다.

자고 났더니 새벽 5시에 또 위치 확인 전화다. 자가 격리로 들어간 지 14일째 되는 날 정오를 기해서 격리가 해제되었다.

고양시 중독 관리 통합지원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코로나 블루에 걸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아보는 전화다. 심리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먼저 웹사이트 주소를 소개해 주겠단다. 문자로 웹 주소를 보내주면서 들어가 보면 도움이 되는 사이트가 있을 거라며 이런저런 안내를 해 준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아 대강 듣고 넘겼다. 한국이 잘 살다 보니 별별 혜택을 다 베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신재동 (캐스트로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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