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환자들에게서 많이 듣는 말들이 있다. 스트레스드 아웃, 너버스 브레익다운, 잠 못 잠, 골치 아픔 등이다. 그 중 가장 많은 게 스트레스드 아웃(Stressed Out)이다. 어찌 보면 스트레스는 정신과의사를 먹여 살리는 효자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소설미디어에 스트레스를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들이 나온다. 스트레스가 모두의 관심사이지만 그저 막연히 알고 있음을 알려주는 사례다. 스트레스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삶을 따라다닌다. 깨어 있을 때만이 아니다. 잠자는 동안에도 꿈을 통해 나타난다. 우리가 살아있어 무언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있다는 표시다. 내적, 외적 자극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안정상태의 균형이 무너지면 스트레스를 느낀다. 스트레스 없는 삶은 없고, 오감을 가진 소유자라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기 마련이다.
원래 물리학자들이 팽팽히 조여 있는 물체의 상태를 스트레스라 했다. 20세기 초 내분비 의사 한스 셀리에(Hans Selye)가 난소암을 연구하기 위해 쥐 실험을 하는 중 쥐의 부신이 커지는 것을 목격했다. 부신이 커진 이유가 쥐에 주입한 화학물질이 아니고 쥐가 받는 고통 때문이란 것을 알고 난 후 스트레스란 용어가 의학에서 사용되게 된 것이다. 심리적으로 강하게 조이는 긴장과 압박감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샐리에의 실험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아닌 아주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것이었다. 마치 원시시대 호모 사피엔스가 맹수들의 위협에 직면하며 살아남아야 했던 상황 같은 것이다. 그런 부정적 인식이 일반화되는 바람에 만병의 근원이란 악명이 붙은 것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실제로 생명을 지켜주고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자극제요 활력소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신체 정신의 균형이 깨질 때 해를 끼친다. 임상에서 보면 성취와 완벽성에 너무 집착하는 성격의 환자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했다.
외적 주위 환경으로 부터 자극을 받으면 우리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먼저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으로 이어지는 축을 통해 부신에서 코르티졸과 DHEA 호르몬이 분비된다. 또한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변연계에서 노올에피네프린(노올아드레날린)을 방출한다. 동시에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도 분비시킨다. 이 모든 물질들이 혈당을 높이고 심장을 바삐 뛰게 하고, 호흡도 빨라져서 산소와 영양분을 근육에 전달하여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힘을 만들어 준다. 특히 DHEA는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 이를 극복함으로써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우리 몸은 오랫동안 생존하게끔 생물학적, 유전적으로 강하게 짜여있다. 웬만한 스트레스에는 심신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설령 아주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대로 잘 헤쳐 나간다. 오직 소수만이 심한 스트레스에 굴복한다. 그때 신체의 방어 시스템은 마비가 되어 코르티졸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되고 DHEA는 번 아웃(Burn Out) 호르몬이 되어 면역력을 떨어 뜨리면서 여러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동전의 양면 같은 삶의 그림자인 스트레스를 어찌할까? 없앨 수는 없으니 잘 다독거리며 친구 삼아 무덤까지 함께 가야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보다 잘 관리해야 스트레스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 수다 떨기, 샤핑, 운동, 술, 노름, 섹스, 글쓰기, 노래, 정원 가꾸기, 요가 등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구체적 방식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대신 스트레스 관리의 일반적 접근 방식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스트레스의 요인과 그 근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 러면 우리 마음을 잘 관찰해야 한다. 마음은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이 셋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의식 활동 뿐 아니라 무의식 세계 속에서도 생각은 감정을 끌어들이고, 감정은 행동을 부추긴다.
신체와 정신을 연결해주고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호흡법과 명상, 운동은 어떤 구체적 스트레스 관리방식을 가지고 있든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또 뇌의 화학물질들의 기능을 높여주는 소량의 약물복용도 스트레스의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생각의 틀을 바꾸고 마음의 닻을 찾아 주위환경과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살면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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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