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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도 하나의 값진 달란트

2021-04-20 (화) 이준수 목사·남가주밀알선교 영성문화사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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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이 크게 신장되고 특히 엄청난 속도의 지식정보화가 진척되면서 장애인의 개념도 크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종전에는 거리 이동이나 건축물 접근 등 물리적 환경에 한계가 있는 사람이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되던 것에 비해 근래에는 지식이나 정보 접근에 문제가 있는 장애가 심각한 장애로 여겨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한 예로 경추 3, 4번이 마비되어 전신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예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치명적인 장애로 여겨졌지만 전신마비 장애인에게도 입으로 조정 가능한 전동휠체어와 함께 첨단 재활 공학기기를 사용하여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 접근이 가능해짐으로써 중증장애에서 경증장애로, 더 나아가 장애를 갖지 않은 일반인과 동등한 대열에 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서울대학교 이상목 교수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 환경적 변화에 힘입어 지금까지 장애를 결함이나 결손 그리고 약점으로 비하하고 평가해왔던 시각에서 탈피하여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과 도구와 기회로 보는 ‘장애 장점론(The Merit of Disabilities)’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UN에서도 장애인을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The Differently Abled)’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일 경우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촉각, 청각, 미각, 후각 능력은 일반인보다 뛰어나고 독특해 그 개발의 여지가 무척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피아노 회사에서 음색 구분을 가장 정확히 최종적으로 해내는 사람이 시각장애인이고, 프랑스에서도 향수회사 제품의 최종판별도 시각장애인이 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시각장애인은 미래를 보는 예견적인 지혜도 탁월하여 증권투자나 경영자문을 하는 애널리스트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문 직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시각장애인이 컴퓨터나 모바일 디바이스의 음성인식기능을 통해 지식정보에의 접근이 용이해졌고 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장애인만이 가지는 독특한 개성과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4년 미국의 낸시 아이즐랜드(Nancy Eiseland)라는 에모리 대학교 신학교수가 ‘장애 하나님(The Disabled God)’이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어찌 장애를 지닌 분으로 표기하느냐면서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다분히 패러독스적인 ‘장애 하나님’ 개념은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명칭을 붙였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즉 ‘장애 하나님’은 겉으로 보기에는 능력이 없는 육체, 곧 장애인을 통해 뜻을 이루고 역사하신다는 의미로, 장애에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계획과 섭리가 있고 이를 통해 재활과 복지, 더 나아가 복음 전파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재활은 신체적 재활과 정신적 재활로 크게 양분하여 설명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체적, 정신적 재활에 영적 재활을 포함한 전인적 재활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영적 재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으며 재활 대상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하나님의 놀라운 뜻과 계획이 담겨있고 그것이 지닌 달란트를 최대한 이용하고 자꾸만 늘려나가 자신을 발전시켜야하는 책임이 우리 각자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매년 4월20일은 한국정부에서 기념하고 있는 ‘장애인의 날’이며 한국 교회와 전세계 한인 교회에서 장애인 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이 날을 계기로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이며 가능성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장애를 고쳐 온전한 육신으로 만드는 것도 큰 은사지만 장애를 지녔어도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영적, 사회적, 제도적 여건들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 커다란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장애는 결코 수치나 불편함이 아닌 하나님이 부여해주신 또 다른 은혜요, 달란트인 것입니다.

<이준수 목사·남가주밀알선교 영성문화사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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