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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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정원을 가꾸는 마음

2021-04-15 (목) 김 린(재정상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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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새로 이사한 집의 정원에는 잡초와 돌멩이들이 많은 황무지 같았었다. 남편은 그 단단한 돌밭에 산재해 있는 돌멩이들을 골라내고 오래되어 마르고 깊숙이 박힌 뿌리들은 캐내어 새로운 흙을 뿌려주고 물을 주었다. 땀을 흘리고 인내하여 앞마당과 뒷마당을 좋은 토양의 옥토를 만든 후 손수 아름답게 디자인하여 잔디밭을 만들었다. 예쁜 꽃들도 심고 죽어가는 나무들을 보살펴주며 정성스럽게 물을 주었더니 아름답고 건강해 보이는 정원이 되었다. 이웃들이 방문하여 감탄을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겨우내 우아하게 피었던 동백나무의 분홍 동백아가씨들의 작별인사와 함께 이제는 장미나무, 무화과나무, 레몬 나무, 단풍나무, 매실 나무 등 연두색 잎사귀들이 나와서 아침마다 고운 햇살과 함께 봄 인사를 한다. 이사 올 때 앞마당에서 들어오는 옆길에는 보라색 작은 국화들을 심었다. 국화꽃은 참으로 번식도 잘하고 실제로 힐링도 되는 은은한 향기를 품은 수수하고 고상한 꽃이다. 밀피타스 부모님 집 화단에 친정어머니께서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시며 생전에 꽃노래를 자주 부르셨는데 올해 봄에도 어머니가 심어놓고 가신 진달래꽃을 보며 바위고개 노래 중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를 부른다. 올해 여름 우리 집 뒤뜰 담 밑에 봉선화가 만개하면 어머니가 즐겨 부르셨던 봉선화 꽃노래를 자주 부르게 될 것 같다.

남편이 나에게 할애해준 뒤뜰 작은 텃밭에는 쑥과 로즈메리, 베이즐을 심고, 잊지 않고 봉선화도 심었다. 고추와 열무 그리고 상추와 쑥갓도 심었다. 깻잎 모종도 심을 예정인데 농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농부의 마음은 겸허한 마음이다. 농부는 간절한 마음으로 비를 기다리고 또 인내하며 따스한 햇볕에 감사드린다.

나도 농부의 마음이 되어 따스한 봄날 이른 아침에 정원에 물을 주며 노래를 한다. “주님 내 마음이 좋은 옥토가 되게 해주세요. 내 마음속에서 당신의 말씀의 씨앗이 싹트길 원합니다. 사랑이 자라고 평화가 넘치는 마음이 되게 해주세요. 내 마음이 굳어져 있을 때 돌을 제거해 주시고, 내 마음이 차가울 때 낮의 태양으로 따뜻하게 하여 주시고, 내 마음이 방황할 때 당신의 길로 나를 이끌어주세요. 내 마음이 좋은 옥토가 되게 해주세요.” 나의 매일의 삶도 떨어진 씨앗들을 잘 품어 내어 싹을 내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넉넉하고 좋은 땅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 린(재정상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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