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 매듭으로 행복을 엮다

2021-04-10 (토) 변재은 JUB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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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짓기는 우리의 삶을 그대로 닮아있다. 하나의 실을 엮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때로는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려다 더욱 난감해지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인내와 열정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쉽게 포기할 수도 있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성취감에 뿌듯해진다. 이는 단지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서 비롯되는 성취감은 아니다. 매듭짓기를 하는 동안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오롯이 나 혼자 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하나씩 매듭을 지어가는 동안 작품을 나누고픈 사람들을 마음속에 떠올리게 된다.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며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 행복감을 느끼고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우리의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비대면 기술 등 기술의 발달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달된다 하더라도 사람의 감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힐링할 수 있는 것,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쉼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의술은 날로 발달하여 이제 100세 이상의 삶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 스스로 건강한 취미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노후에 중요해졌다.

내가 매듭을 시작하게 된 동기 또한 다르지 않다. 무용인으로서 지금까지 해온 공연이 1,500회가 넘을 만큼 바쁘게 살다가 지난 1년간 코로나로 멈춰 선 삶과 마주하게 됐다. 덕분에 20년 후 내 모습이 이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더 늦기 전에 하나라도 배워야 남은 삶의 질을 높이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겠구나 깨달았다.

매듭은 손끝으로 만들어가는 섬세한 과정을 통해 뇌 운동을 촉진하고 치매 예방,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한국 전통 매듭은 우리의 일상에서 소재를 찾고 자연에서 색감을 얻어 생활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멋스러움이 있다. 매듭을 짓다 보면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매듭에는 주로 생쪽매듭, 연봉매듭, 합장매듭, 도래매듭, 국화매듭 등이 많이 활용된다. 이를 보다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한국의 멋과 아름다운 결을 이어가는 과정이 어렵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매듭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없애고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엮어주는 우리의 전통 문화, 이를 배우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 매듭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변재은 JUB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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