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소수자 권리

2021-04-09 (금)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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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태초에 ‘자기 모습대로’ 남자여자를 만들었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라”(창세기1:27)고 했다. 이변이 생겼다. 동성애자가 나타난 것이다. 동성애자들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사람’들이다. 하나님은 동성애자들은 만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느님은 천사를 만들었는데, 천사 몇 명이 스스로 타락을 해서 악마가 되었다. 이 악마들이 동성애자를 만들었다고 했다.

만약 악마들이 동성애자를 만들었다면, 악마들은 동성애자를 ‘악마를 닮은 형태’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이 하나님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을 보면 악마가 만든 것은 아닌 것 같다. 하나님이 동성애자들을 만든 것이다.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사람들’이 많다. 하나님이 태초에 일부러 살인범, 도둑놈들, 국민을 폭압하는 독재자들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동성애자들만 선택적으로 박해를 받아야만 했는가?

어느 누가 일부러 동성애자가 되고 싶어 하겠는가? 지난 2,000년 동안 이들은 갖은 멸시와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 살아왔었다. 사회에서 정체성을 감추면서 숨어서 살아야만 했었다.

이네들도 감정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숨어서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기네들도 일반사람처럼 평등하게 살고 있다면서 ‘평등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2월25일 연방하원에서 ‘평등법’이 통과되었다. 상원에서도 통과될 기미가 보인다. ‘평등법’이란 성소수자(LGBTQ)들도 일반사람과 똑같은 법적 권익을 갖게 해주는 법안이다. 좋은 법안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를 비롯해서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 ‘평등법’을 반대하고 있다. 반대하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랐다.

기독교는 “이웃을 네 몸 사랑하듯 사랑하라”(마태 22:37)면서 사랑을 강조하고 있는 종교이다. 예수는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라”(마태 5:39-40)고 말했다.

예수는 십자가에 처형당했을 때도 자기를 죽인 살인자들을 하나님께 “저 사람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저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기에”(루가 23:33). 그리고 예수는 자기를 죽인 살인자들을 용서해주었다. 기독교에서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동성애자들로 하여금 지옥에 가서 영생토록 고통을 받으라는 말인가? 자비스럽지 않다.

동성애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동성애자들에게도 예수를 믿게 하고, 죽으면 천국에 가서 영생토록 편안하게 살게끔 이들을 받아들이고 도와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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