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오빠 생각
2021-04-09 (금)
안세라 (주부)
나에게는 두살 많은 오빠가 있다. 이름은 ‘안경빈’. 오빠는 일본에 있는 상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결혼하고 미국에서 살면서 부모님이 그리운 것도 그리운 것이지만, 친오빠가 너무나도 그리울 때가 있다. 어렸을 때는 두살밖에 터울이 없고 내가 키도 더 커서 마치 내가 누나라도 된 것처럼 오빠를 얼마나 약을 올려댔는지 모른다.
오빠는 정말이지 태어날 때부터 착하고 사람을 챙기는 성격이라 매번 약을 올리는 동생마저도 늘 오빠로서 많이 챙겨주었다. 중학교 때는 자기 용돈을 모아 그 시절 유행하던 어그부츠를 사주기도 하고, 동생 군것질거리를 쉴새없이 챙겨주고는 했다. 나와 오빠는 일본 유학생활도 같이 했었고, 심지어 내가 결혼해서 미국으로 올 때에도 우연히 같은 시기에 오빠도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것도 이 넓은 미국 땅에서 같은 도시로! 그렇게 3년을 같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오빠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오빠는 결혼을 한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많이 챙겨줬다. 맛있는 요리를 해서 남편과 나를 자주 초대해줬고, 남편 몰래 용돈까지 꼬박꼬박 챙겨주었다. 나는 여동생을 둔 세상 모든 오빠는 모두 나의 친오빠와 같은 줄 알고 살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세상에 둘도 없을 오빠라는 것을.
결혼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다투기도 하고, 친정부모님, 절친에게는 털어놓지 못할 일들이 곧 잘 발생한다. 친정엄마에게 털어놓으면 풍선처럼 일이 커질 것이 분명하고 속상해하실 것이 눈에 뻔해서 차마 털어놓지 못하는 일. 또 절친이라 해도 자존심 지키느라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그런데 나는 그럴 때 늘 오빠가 생각이 났다. 오빠는 바쁜 회사생활에도 늘 답장을 해주었다. 따뜻한 말이 가득하고 긴 문장이 늘어진 답장은 아니지만, 늘 동생을 생각하는 오빠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동생의 행복을 바라는 오빠의 마음이 감사했다.
이제야 철이 드는 것인지, 과연 이런 오빠에게 나는 어떤 동생인가 하는 반성을 하는 요즘이다.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두어도 오빠에겐 그저 걱정덩어리에 철부지 동생이겠지. 오빠가 일본으로 돌아간 지 3년만에 다시 중국으로 발령을 받고 새출발을 시작한다. 오빠의 새출발을 응원하며, 이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동생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안세라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