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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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사월의 봄

2021-04-08 (목) 김 린(재정상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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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려운 팬데믹 시기를 겪은 후 4월 초에 맞이하는 부활절은 모든 것이 새롭게 부활한 느낌이다. 일단은 그동안 멈추었던 나의 부엌에서 베이킹이 시작되었다. 오랜 세월동안 토요일 오후마다 신선한 머핀을 구워서 그 다음날 교회에 가져갔었다. 뮤직디렉터로 섬기고 있는 미국교회의 독거노인들을 위해 시작한 Lynn’s Bakery가 1년 만에 다시 오픈하였다. 따뜻한 커피와 내가 만든 머핀을 행복하게 드시며 일주일 내내 그 다음 주일을 기다리던 분들에게 다시 작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그 시작일이 마침 부활절 아침이었다. 겨울의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꽃이 피듯이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다.

오늘 메뉴는 딸기머핀이었다. 딸기를 믹스한 밀가루를 반죽하여 2열 종대로 여러 머핀 팬에 부어 오븐에 집어넣고 “얘들아 7분 후에 만나자”라고 인사했다. 7분 후에 적당히 익은 머핀 속에 딸기 덩어리를 한 개씩 넣어 주었다. 딸기의 빨간 모습이 위에 보이는 예쁜 머핀이 되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불렀다. 낮에 사온 버들강아지를 노래하는 “봄 아가씨”와 “고향땅”이라는 동요였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고향땅”을 작곡하신 한용희 선생님의 곡인데 가사가 이렇다.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오신다.” 갑자기 초등학교 때 불러보고 70년대 초 미국에 온 후로는 거의 불러보지 않던 동요가 무슨 이유인지 가사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기억이 난다. 한국에 있는 아이들은 요즘에 이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하다. “고향땅”도 가사가 다 생각났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고개 너머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노을 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고향은 마음의 고향일 뿐이고 지금은 소 몰고 오는 아이들도 없겠지만 왜 나는 봄만 되면 서정적이 되어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생기는지 모르겠다. 시카고에 사는 손녀 예진이를 만나면 꼭 봄노래를 가르쳐 주어야겠다.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사월 새봄에 모든 이웃들이 부활의 소망으로 가득하길 기원한다. 부활의 소망이 가득한 분들에게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라는 생명의 봄의 언어가 고백되어질 것이다.

<김 린(재정상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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