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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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맛있는 나물거리

2021-04-07 (수) 조태자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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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음식을 참으로 많이 먹고 또한 빨리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인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한국인의 DNA가 어떤지 알고싶다.” 서울에 12년 동안 체류하고 있는 한 영국인의 이야기다.

한국음식은 비슷한 것 같지만 일본음식과도 틀리고 중국음식과도 다르다. 온 세계 민족들이 모여 사는 미국에도 이제 한국음식이 많이 알려지고 선호도가 높아서 코스코를 비롯한 유기농 마켓에서도 갈비, 김치, 김, 만두, 파전, 비빔밥, 볶음밥, 매운 닭날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에 유학중인 한 중국 유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들은 김치를 너무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 아침에도 먹고 점심에도 먹고 저녁에 또한 김치를 먹는다. 한국의 음식에는 도무지 기름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서 지방을 섭취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음식이 중국음식에 비해 기름기가 적은 건 사실이다. 야채를 먹을 때 우리들은 뜨거운 물에 데쳐서 양념하여 나물을 만들어 먹지만 중국에서는 웍(WOK)에 넣어 뜨거운 기름에 볶아 먹는다. 따뜻한 밥과 맛있는 김치는 찰떡궁합이어서 우리밥상의 단골 메뉴이다.

한국인들은 채소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먹는 민족이라고 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 땅의 70%가 산으로 뒤덮여 있으니 자연히 옛적부터 먹거리를 산에서 찾게 되었다. 봄이면 쑥, 냉이, 취나물 등을 캐고 가을이면 잣, 버섯, 산삼, 약초 등을 캐었다. 한국의 그 많은 산들은 어머니처럼 언제나 먹을 것을 품고 있다가 사시사철 내어주었다.

한국에 귀화해서 전라남도에 살고 있는 한 독일인은 “한국인들은 푸른색이다 싶은 풀은 모조리 먹는다”고 하였는데 이 독일인의 눈에는 푸르스름한 풀은 다 잡초처럼 보이지만 우리들에게는 맛있는 나물거리가 된다.

미국에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지천인 쑥, 취나물, 민들레, 두릅 등은 미국인들이 보면 다 잡초이지만 우리들에게는 영양가 풍부한 나물들이자 밥반찬이다. 이 모든 여린 풀들은 겨울을 이기고 땅위로 얼굴을 내민 생명의 새순들이다. 한민족이 수백년 동안 매일 먹어온 음식은 그들의 피와 살이 되고 음식으로 인해 그 나라의 정체성도 가지게 된다.

<조태자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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