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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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개인과 사회를 위한 웰두잉

2021-04-05 (월) 계영희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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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신의학회가 뽑은 탁월한 의사 M. 스캇 펙의 저서 “아직도 가야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의 첫 문구는 “삶은 어렵다”이다. 하지만 그 다음 문구는 “우리가 진정으로 삶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리하여 우리가 진정으로 이것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면, 삶은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된다”고 써있다.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한인들은 먼저 주요한 문화적 상실을 경험하였다. 일상적이고 익숙한 것들, 삶에 의미를 부여하던 언어, 음식, 친근한 얼굴들과의 관계 등 여러 상실을 겪기도 하고 요즘 같은 팬데믹에는 경제적 상실 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도 하였다.

아메리카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가 가끔 멈춰서 뒤를 돌아봤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 빨리 달려서 자신들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기다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멈추고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눈이 바깥세상을 향해서일까. 우리는 바깥에 관심이 많다. 궁금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도 모두 밖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잠시 마음의 눈으로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자. 바깥은 외부의 물리적 또는 사회적 환경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바로 우리 곁의 사람들도 바깥조건에 포함된다.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은 스트레스의 주요원인이고, 관계에서 만족한 사람은 전반적으로 삶의 행복도 높다. 대인관계에서도 우리는 상대만 변화시킴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한다. 많은 경우 이러한 시도는 더 많은 갈등과 고통을 낳는다.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얼마나 남을 안다고 마음대로 남을 변화시키려고 하는지. 상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의 내면이 만들어낸 도식이기 때문에 나를 바로 이해할 때 상대를 바르게 이해하게 되고 관계의 문제도 풀리기 시작한다.

마음사회이론은 마음을 여러 ‘나’들로 이루어진 사회로 설명한다. 각각의 ‘나’들은 내 마음의 다양한 욕구, 생각들을 반영한다. 내면에 어떤 ‘나’들이 살고 있는지 또 각각의 ‘나’들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귀 기울이고 이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해야한다.

개인을 위한 웰빙(wellbeing)은 사회를 위한 웰두잉(welldoing)이다. 개인에게 긍정적 감정을 유발하고 회복 탄력성과 정신 면역력을 높여주어 공동체가 무너져가는 현대사회에 타인과 사회에 연결되어 삶의 질을 보다 건강하게 해주는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계영희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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