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음 앞에서 노래 부르다

2021-04-03 (토) 김은영 기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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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사상의 주역인 장자(莊子)는 부인이 죽었을 때 슬퍼하기는커녕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친구 혜시가 놀라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나도 처음엔 슬펐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슬퍼할 이유가 없더군. 사람은 원래 혼돈 가운데 섞여 있다가 천천히 기(氣)가 생기고 그 기가 모여 몸이 되고, 몸이 생명으로 변한 것뿐이네. 이제 죽었으니 원래의 모습을 회복한 것에 지나지 않아. 이것은 춘하추동 사계절의 순환과 같은 거야. 이제 우리 마누라는 천지라는 큰방에서 편히 누워 쉬고 있는 참인데 내가 곁에서 방성통곡을 해보게. 천명을 모르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곡하지 않는 거라네”라고 대답했다.

인류 문명의 여명, 기원전 4세기에 살았던 장자의 죽음관이 2,400년 후 20세기에 살고 있는 한 생태학자의 것과 너무나 흡사하여 놀랍다.

“베른트, 난 얼마 전에 심각한 병을 진단받았어. 그래서 내 장례절차를 정해 놓으려고 해. 나는 죽음이 다른 종류의 생명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야생에서 동물은 죽은 장소에 그대로 누운 채 청소동물의 재순환 작업에 몸을 맡기지. 그 결과 동물의 고도의 농축된 영양분이 파리, 딱총벌레 등의 대이동을 통해 사방으로 퍼진다고. 그에 비해서 매장은 시체를 구멍에 넣고 밀봉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인간 육체의 영양분을 자연계로부터 박탈하는 것은 인구가 65억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구를 굶기는 일이잖아?” 세계적인생태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에게 그의 동료이자 친구가 보낸 편지이다.


미국에 와서 어머니, 아버지 두분의 장례를 치렀다. 생애의 마지막 한번 미국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장지로 실려간 운구는 시멘트로 철저하게 차단된 공간속으로 들어갔다. 방부제로 채워진 시신이 고운 화장을 하시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시고 평안한 얼굴로 관속에 누워서 그 공간속으로 내려가셨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의 2만2,500개 장의사에서 4,300만갤런의 방부액 150만톤의 시멘트, 10만톤의 강철, 3,000톤의 구리와 브론즈, 3,000만 보드피트의 나무판자를 땅에 묻는다. 화장(火葬)할 경우에는 시신 한구당 28갤런의 석유, 50lb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일년에 25만톤의 이산화탄소와 함께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가스가 배출된다.

현대과학은 우리가 별의 아들이라고 한다. 빅뱅으로 폭발된 에너지는 별이 되고, 불타는 별들은 우주의 물질을 만드는 원소를 만들었고, 원소들은 어울려 행성이 되고, 그 행성의 하나인 지구에서는 별들이 만든 원소로 생명이 생겨나고, 그 생명들이 바로 우리의 몸이다. 우리 몸의 구석구석은 모두 별들이 만든 원소로 채워져 있다.

이는 장자가 “사람은 원래 혼돈 가운데 섞여 있다가 천천히 기가 생기고 그 기가 모여 몸이 되고, 몸이 생명으로 변한 것 뿐이네”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계절은 생성과 죽음을 반복하는 자연의 순환이다. 그 순환 속에서 우리가 태어났으니 순환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2,400년전 장자가 말한 천명(天命)이 아니었는지.

<김은영 기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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