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1996년에 작고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한 부분이다. 같은 제목으로 24명의 가수들이 다시 부르고, 한국 음악평론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노랫말로 인정 받으면서 27년 동안 사랑 받고 있는 노래다.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은 날이면 동료들과 차가운 소주 한 잔에 담배 한 개피 피워 물고 내뿜는 담배 연기 속에 ‘서른 즈음에’를 부르면서 위안을 찾았던 옛 일이 기억난다.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 어느 새 가버린 20대의 청춘에 대한 회한과 갈 길이 멀어 보였던 30대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노랫말로 노래방 애창곡 중 하나였다.
서른 살이 넘어도 한참인 나이지만 ‘서른 즈음에’ 노랫말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19)으로 잃을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일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목도하는 경험을 할 때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로 미국 내 사망자 수는 50만명을 넘어 5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주변에서 코로나19로 가족과 친지를 잃은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면대면으로 만나 어울리는 삶이 철저히 사라졌다. 관혼상제로 단순화한 일상만 보더라도 가지도 않고 또 오지도 않는 일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경제계는 잃은 것이 너무 많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생활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데이비드 커틀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입은 피해는 물경 16조 달러에 달한다.
한인 경제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요식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종의 경제적 피해는 컸다. 전원식당과 동일장, 베버리 순두부, 낙원식당 등 노포들의 폐업은 한인 경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로 잃어버린 것들을 보여주는 상징들이다.
코로나19가 경제계에 남긴 ‘부익부 빈익빈’의 소득 양극화라는 상처는 꽤나 깊을 것 같다.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공개한 미국 내 가계 재산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년간 자산 상위 1% 가구의 순자산은 약 4조 달러 증가해 전체 부의 35%를 차지했다. 부자들의 주 수입원은 주식과 부동산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소수의 부자들은 더욱 부유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1,0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여전히 실업 상태에 있어 대조를 이룬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우리에게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그 계절은 예전과는 다른 또 다른 일상이 될 것이다. 이전의 일상은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니라서 더욱 그립다. ‘육십 즈음에’ 부르는 ‘서른 즈음에’는 그래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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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