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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전공 선택, 어쩌면 입학보다 중요하다

2021-03-29 (월)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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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적 능력과 관심분야·고용 전망도 고려해야

▶ 쉽게 결정 힘들면 선호학문 리스트 먼저 만들어, 일자리 전망과 소득 잠재력은 정비례 하지 않아

많은 대학들의 정시전형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받은 합격장은 너무나 값지다. 막상 대학에 합격했다고 해도 중요한 관문은 또 하나 남아 있다. 바로 전공선택이다. 물론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제대로 알아차린 경우라면 소신 있게 전공을 결정했겠지만 많은 학생들의 경우 대학에 진학하고도 2학년쯤 되어서야 최종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전공 선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쩌면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을 만큼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전공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과 취향, 능력은 물론 성장 가능성, 예상 수입 등 다양한 기준을 거쳐야 한다. 전공 선택에 있어 고려할 중요한 기준을 모아봤다.

■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

가장 먼저 고려 할 사항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통 12학년쯤에는 그동안의 학교 수업과 경험을 통해 무엇에 더 관심이 가고 어떤 분야에 흥미가 없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기준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더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전공을 선택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는 것이다. 대략 10가지 정도로 추려 이 중 관련 분야를 파악하는 것이다.

미술과 그림을 좋아하면서 테크놀러지에도 관심이 많다면 그래픽 디자인이 추천 전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와 여행에 흥미를 느낀다면 국제 비즈니스를 전공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전공 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장단점도 주목해 고려해야 한다. 어떤 전공이 자신에게 더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나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나?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자신의 능력을 무시한 전공 선택은 공허할 수 있다. 자신이 잘하거나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고려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학 분야를 좋아하고 관심도 많지만 첫 관문인 의대 입학에 필요한 아카데믹한 부분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전공으로 선택하기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교 내내 C학점에서 맴돈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데도 무리가 있다. 자신이 취약한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물론 그렇다고 고등학교 시절 가장 잘했던 과목이나 분야를 꼭 전공으로 선택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잘 하지만 관심이 없는 분야라면 전공으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고교 때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대학에 들어간 후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고등학교 때는 미처 접해보지 못했던 과목들을 중심으로 수강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4년제 대학에서는 2학년이 끝날 때까지 전공 결정을 유예할 수 있다.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다.

■ 고용 전망은 어떠할 것인가?

엄격하게 말하면 ‘좋지 않은 전공’이란 없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한 공부일 뿐이다. 하지만 전공선택은 생계와 직결될 수 있는 현실이고 미래다.

이런 점에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졸업 후 취업 전망이다. 학위 를 취득하고 나서 전공 관련 취업이 쉽지 않거나 관련 고용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고용 전망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지만 현재 어느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많은지도 참고로 할 만하다. 예를 들어 간호, 엔지니어링, 컴퓨터 공학, 회계, 금융 등은 현재 인력이 부족한 직종들이다.

업게의 성장세도 눈여겨봐야 한다. 성장 업종들의 경우 숙련된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고용 창출이 계속 늘어날 확률이 크다. 간호 및 헬스서비스와 금융 및 데이터 과학 등은 현재 성장세가 지속되는 업종들이다. 또 이들 직종에는 세부적으로 더 다양한 일자리들이 있으며 연관되는 분야도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용 전망이 밝은 업종과 함께 고용 시장이 좋지 않은 전공도 파악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방법으로는 ▷업계 내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최근 졸업생들의 진출이 어려운 분야 ▷특별한 전공으로 전문 인력 수요가 많지 않고 연봉도 낮은 분야 ▷학사 학위만으로는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분야 ▷민간 부분보다 공공 부문에 일자리가 집중되는 분야 등이 고용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은 분야로 꼽을 수 있다.

■ 인컴 잠재력은 밝은 편인가?

고용 전망과 함께 고려할 것은 소득 잠재력이다. 아무리 일자리가 많아도 업계의 소득이 낮다면 전공으로 선택하기에 주저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 전망과 연봉 수준은 정비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사직은 늘 인력이 태부족이지만 연봉 수준은 그에 못 미친다.

전공 선택에 있어 높은 연봉이 중요한 기준인 사람이라면 관심 분야에 대해 보다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교사나 교수, 공적 부문 등은 연봉으로만 따진다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좋은 전공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순수미술이나 교육학, 사회학 등도 졸업 후 연봉 중간치가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컴퓨터 공학과 이공계 등은 연봉 전망이 밝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소득 잠재력에 대해 고려할 때 전공별 졸업생들의 중간 연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봉 조사 업체 페이스케일(PayScale)의 데이터를 참고로 할 만한데 이에 따르면 공학, 컴퓨터 공학, 금융 관련 직종의 연봉이 높은 편이며 교육, 서비스업, 목회 및 종교학, 사회학. 상담학 등은 졸업후 연봉이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데이터 상의 중간급여나 중간 경력직 연봉이 그 직종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이런 직종 중 일부는 소득 격차가 크다. 예를 들어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일반적으로 연봉이 낮은 편이지만 상위 레벨로 가면 쉽게 6자리 연봉을 받기도 한다.

또 심리학 전공자들은 일반적으로 연봉이 높지 않은데 높은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 연봉이 엄청나게 뛰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에 준해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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