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롯 열풍에 불어오는 추억

2021-03-20 (토) 최청원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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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방송은 트롯 열풍 속에 최고의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우리 중노년 층에게는 과거 들었던 음악, 그 시절의 일을 다시금 되새기며 내일을 다르게 살 수 있는 힘을 준다. 젊은 장년층들은 그들과 같은 세대인 젊은 트롯가수가 마음과 영혼을 다하며 넋과 한을 보여주는 열창과 눈물겨운 사연들을 접하면서 공감대를 이루어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트롯이 중노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간 식상한 일률적인 노래의 k-pop 가수들의 위상도 트롯으로 바꾸어 놓았다. 우리 한국민의 트롯은 서구의 폭스트로트(fox trot)와 우리의 전통민요, 국악과 만나면서 태어났으며 일제시대에는 자연히 일본 앵카의 영향은 받아 그들의 모방이라고 혹자는 말하기도 하나 글쎄? 우리들만이 이루어낸 고유한 음악의 장르로서 자리 매김을 했다. 일본의 앵카는명치유신후에 그들의 토속 음악 과 서구음악의영향으로이루어진 일본음악이다.

앵카의 리듬 특징은 쿵(뽕?), 쿵, 쿵짝의 패턴이고 노래말도 구구절절 애절함과 가냘픔이다. 우리 트롯은 쿵(뽕)작, 쿵짝 리듬으로 노래말도 애절함 외에 호소와 몽고 기마민족의 말발굽 리듬인 엇박자의 고유 흥을 가져 앵카와 다르게 강건하고 거친 면이 노래말에 스며있어 한국의 정서가 묻히게 된다. 지금은 우리 트롯이 앵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역수출이다.


넉넉히 여유있고 덕성이 있었던 그때의 옛 예술들, 음악 문학 미술 등에 접하고 지낸 추억을 가지고 있는 중노년층은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오는 트롯의 리듬과 노래말 속에서 그 시절을 되찾고싶은 그리움에 TV앞에서 오늘도 트롯 시간을 기다린다.

음악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 깊은 곳의 움직임들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모든 걱정을 씻어주며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언어예술의 한 첨단이다. 특히 코비드 환난시절의 답답함과 경제적 손실, 정치, 사회정의와 진실의 손상 등으로 인한 분노를 해소할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내과의사가 도움이 될 수도 없다. 이때 트롯 열풍이 우리에게 위로와 평안으로 다가왔다. 트롯은 음악적으로 큰 변화가 없어 리듬과 노랫말 몇 구절만 익히면 한곡을 다 불러 제낄 수 있다는 단순함이 대중에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도 될 수 있다.

젊은 층이 유행에 민감하듯 그 단순성에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싫증을 내고 새것을 찾게 되어 트롯은 대치될 수도 있다. 유행가라는 말 자체가 한때로 흘러가버린다는 속성이 있듯이….

현재 많은 대중을 달래고 위안을 준 트롯 사랑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음악가들이 좀더 변화있고 발전하는 음악으로 계속 창조해주기를 바래본다. 웨이브트롯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40년전 유행했던 나훈아의 18세 순이를 웨이브 트롯 형태로 젊은 미스터 트롯 이찬원과 나훈아의 노래를 번갈아 들어보면서 옛날의 넉넉하고 여유 있었던 덕성들이 그리워지는지 추억 어린 나훈아의 노래에 볼륨을 올린다. 아마도 나도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보다.

<최청원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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