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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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서학개미

2021-03-19 (금)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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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학개미’에 맞서 ‘서학개미’가 한국에서 유행한다고 한다. ‘서학’이라는 것은 조선 중기 이후에 조선에 전파된 서양의 문물을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것에서 유래되어 지금은 대표적으로 ‘미국’을 지칭하고 ‘개미’는 개인투자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서학개미’라는 것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일컫는다.

나는 미국에 와서 2년째 되던 해쯤 ‘서학개미’가 되었다. 일본에서 바쁜 직장생활에 시달리다가 결혼과 동시에 미국에 와 첫째아이를 가졌을 때쯤 남편이 주식을 권장했었다. 경제학만 6년을 공부한 사람이 세상 무엇을 알겠는가. 그저 내가 배우고 알고 있는 세상은 경제학이 전부였고, 일본에서의 생활과는 180도 달라진 유유자적한 내 삶에 남편은 걱정이 되었는지 5천불이라는 큰 용돈을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것을 8천불로 만들 수 있었고 남편은 더 큰 돈을 나에게 투자(?)하였다. 나도 불어나는 돈이 신기하고 성취감을 느꼈었던 것 같다.

2020년 봄, 코비드19 확산과 더불어 주식은 급락했고 그러다가 다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고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며 어찌됐건 나는 원금을 잘 보존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 중이다. 주식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지난달에는 어느 일정 금액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 금액을 달성하면 주식을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벽 6시반에 열리는 마켓이 아침잠 없는 남자 아이 둘을 키우는 나에게는 부담이였고, 매일 밤 다음날 마켓을 준비해야 하는 것 역시 부담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목표했던 금액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쉬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더 벌 수 있을 것 같았고 내가 고른 주식은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하루 이틀 하락하더니 결국 열흘 내내 단 한번도 수익이 있던 날이 없게 되었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절실히 느꼈다. 또한 패니스탁에 투자를 하면서 로또처럼 ‘일확천금’을 노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 가고 있음도 느꼈다. 지난 3년간 내가 주식을 하면서 느낀 것은 손익을 떠나 나라는 사람을 더욱 잘 알게 되고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숫자’ 앞에서 ‘돈’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지. ‘개미’는 개미일 뿐. 처음 그 마음, ‘용돈벌이’ 초심을 잃지 말 것!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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