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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는 민주주의 무너뜨린다

2021-03-18 (목)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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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국 500년을 지탱한 행정의 말단 직원은 아전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명목상으로는 있었지만 실제 월급은 없었다. 조선왕국은 작은 정부, 낮은 세금, 적은 공무원을 이상적인 왕조의 모습이라고 여기면서 중앙정부에 의해서 임명된 관리들에게만 녹봉을 지급하였다. 이유는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거두었던 역대 왕조들이 다 백성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는 역사적인 교훈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방행정을 책임지고 있던 아전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백성들로부터 온갖 삥을 뜯을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고을 수령들과 함께, 때로는 지방의 정세를 모르는 어리버리 수령들 모르게 백성들로부터 삥을 뜯고 살았고 또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조선왕국의 정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었다. 왕과 중앙정부는 세금을 적게 받고 백성을 위해서 덕치를 한다면서 평소에 아전들의 삥 뜯기를 눈감아주다가 문제가 생기면 아전들만 잡아 가두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전들이라고 바보가 아니니 중앙에서 임명된 수령이 오면 그들을 요리하거나 누명을 씌워서 버티지 못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중앙에서 파견된 암행어사를 살해하기도 했다.


결국 중앙정부의 통치력이 약해지면서 관직을 돈 주고 사게 되었고, 이들이 지방 아전들과 함께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면서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500년 조선왕국은 그렇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식민지 시절 지방정부로부터 시작이 된 미합중국의 지방정부는 강력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인구 1만명부터 5~6만명에 이르는 타운정부, 시정부는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사법과 경찰력까지 갖추고 주민들로부터 막대한 세금을 거두어서 타운 혹은 시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카운티나 주정부, 연방정부는 시 정부에 명령을 내리거나 함부로 개입조차도 쉽지 않다. 문제는 시 정부에 대하여 유권자들이 관심이 없거나 또 지방의 토호가 된 특정 집단에 의한 장기집권이 만연하다보니 시 정부의 심각한 부정부패가 오늘날 미국의 위험한 현실이다.

선출된 시정부 정치인들이 임명한 공무원들이 오랫동안 행정을 담당하다 보니, 선출직 시의원이나 시장의 머리꼭대기에서 거꾸로 관리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행정과 타운의 사정을 손금 보듯 보고 있는 공무원들에 의해서 조종당하거나, 같이 결탁하여 주민들의 세금을 사적으로 사용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연방, 주, 카운티 정부처럼 공화?민주당이 첨예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아닌 특정 정당이 오랫동안 집권하고 있는 시 정부에서 이런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다.

뉴저지 버겐 카운티 내 인구 2만여 명 중 한인이 60% 가까이 되는 팰리세이즈 팍에서 심각한 부정부패가 발생했다고 뉴저지 주 감사원이 밝혔다. 이 타운의 시장이 한인이고 전체 6명중 4명의 시의원이 한인이다.

문제의 핵심은 시 행정관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다. 조선의 아전들처럼 월급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것도 아주 많이 받고 있는데 말이다. 해결의 방도는 해당 행정관과 공무원을 해임하는 것이다. 특히 팰리세이즈 팍 버로우는 시의회 권한이 시장보다 더 강한 제도이기에 6명 시의원이 결단을내려야 시장이 집행할 수 있다.

유권자의 분노가 팰리세이즈 팍을 넘어 뉴저지 전체로 퍼지기 전에 시 행정관과 해당 공무원을 해임하고 팰리세이즈 시를 거듭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이들 공무원들을 비호하면서 함께 추락할 것인지, 이제 버겐 카운티 민주당이 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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