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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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어머니의 사랑

2021-03-17 (수) 박희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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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느 어머니의 사랑의 힘에 대해 전해들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코비드19 환자가 산호세 오코노 병원에 입원했다. 당뇨병과 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일주일에 세번씩 하는 고위험군에다 고도비만인 47세 남성 환자였다. 고열에 숨쉬기가 어렵고 기운이 없다는 것이 주증상이었다. 며칠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말도 하지 못하고 의식도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산소포화도가 안정되도록 기관지관 삽입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가족이나 보호자의 환자 면회도 금지되었다. 이 환자의 칠십대 어머니는 아들을 직접 만날 수도 없고, 무의식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하루에도 몇번씩 매일 화상 통화로 아들의 얼굴을 보며 말을 하고 눈물로 기도를 하셨다. 비록 반응이 없는 아들이지만, 불구자가 되어도 좋으니 그냥 이대로 목숨만이라도 연명하게 해달라고 의료진에게 매달렸다. 모든 처치와 많은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코비드는 치료되었지만, 기저질환이 심각해서 그 후유증으로 환자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5분 동안의 심장 마사지와 심폐 소생술로 심박동은 돌아왔으나 뇌사 상태가 되었다.

모든 담당 의료진들이 어머니에게 아들의 뇌의 상태가 나빠져 소생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깨어나도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 수 밖에 없다는 소견을 알려주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여 지속적인 치료를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기관지관 삽입 후 3주가 지나, 의식도 없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환자이지만, 호흡을 돕기 위해 결국 기관지 절개술을 시술하고 일반 병실로 환자를 옮겼다. 그후 3일 뒤, 입원한 지 한달 반만에 환자가 기적적으로 깨어나 눈을 깜빡이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필리핀 사람인 어머니는 한인 주치의에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다른 의료진들도 잘 참고 견뎌낸 환자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조금이라도 더 호전이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어머니의 절절한 눈물의 기도와 사랑이 아들에게 전달되어, 화상으로나마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눈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기적이라고 모두들 기뻐한다. 이제 장기 요양 기관으로 옮겨가 길고도 지루한 투병 생활을 해야 하는 동안에도 용기를 잃지 말고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린다.

<박희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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