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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김 대 쿠오모

2021-03-17 (수)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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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로서 미 의회에 입성한 인물 중에 한인커뮤니티에서는 자랑스런 론 김 5선 의원이 있다. 론 김 의원(민주당 뉴욕주 하원 제40선거구)은 뉴욕 주 역사상 최초의 한인이라는 점에서 한인커뮤니티의 큰 힘이 되고 있다. 2년 전 뉴욕 주 중간선거에서 득표율 87%를 기록, 압도적인 표 차이로 4선 진입에 당당하게 성공한 것이다.

1986년 7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론 김 의원은 당시만 해도 어린 나이에 인종차별을 당하는 힘없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성장 후부터 불의를 보면 당당하게 대항하는 젊은이가 되었다.

몇 년 전 그가 지갑을 훔쳐 달아나는 날치기 범을 맨손으로 붙잡은 적이 있다. 이것만 보아도 그가 결코 나약한 인물이 아님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한 여성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는 범인을 현장에서 잡은 것이다.


2014년 한인커뮤니티에서 맥도널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론 김 의원은 문제해결의 중재자로 나섰다. 사건은 맥도널드 매장 직원이 한인 노인을 쫓아내는 등 홀대하자 한인사회에서 맥도널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그 때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뉴욕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서까지 맥도널드 사태의 해결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업적 중에는 유관순 열사의 생애와 3.1운동을 뉴욕 주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

그가 이번에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와 맞대결을 하게 되었다. 현재 주하원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고령화위원회의 위원장인 그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노인들이 얼마나 기존 의료시스템 때문에 고생을 하는지 직접 목격했다”며 쿠오모 주지사를 비판하고, 조사를 요구하자 주지사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지난주 론 김 의원은 주지사가 ”당신을 파멸시키겠다”며 협박 전화를 해왔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집에서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있을 때 주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정정 성명을 발표하라고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쿠오모의 보좌관은 지난 10일 열린 주의회 민주당 지도부와의 화상회의에서 요양시설의 코로나19 사망자수를 숨긴 사실을 인정했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쿠오모 주지사의 코로나19 대처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리고 당시 화상회의에서도 요양원 사망자 유족에 대한 주지사 사과를 요구했었다.

론 김과 쿠오모와의 악연은 이미 몇 년 전부터다. 뉴욕타임스가 “한인 네일샵 직원들이 저임금,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후 네일 업계 직원들을 위한 고용과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이 추진됐었다. 그는 과거 네일 가게를 운영하다 실패한 어머니를 기억하고, 취약계층인 이민자들에게 유리한 새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한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던 뉴욕 주지사에게 정면으로 맞서야 했기에 쿠오모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론 김 의원의 편을 들고 나서서 쿠오모는 자신의 정치 역사 중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은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에 한인커뮤니티는 물론, 주류언론에서도 기득권 골리앗에 대항해 싸우는 미국의 영웅으로 인정받게 될 것 같다.

그가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선거에서 질 게 뻔했던 그를 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 거물인 쿠오모도 그를 꺾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론 김은 명문대 출신도 변호사도 아닌 평범한 한인 2세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보면서 정치인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한인커뮤니티는 이제 코로나로 무기력하게 있을 게 아니다. 한인사회 응집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자.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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